선동열 삼성 라이온스 감독은 “믿는 건 투수 뿐”이라는 말을 종종 한다. 한화와의 한국시리즈 내내 마무리 오승환이 위태위태했지만, 그는 “상대가 누구든, 마무리는 오승환이 한다”며 끝없는 신뢰를 보냈다. 이제 오승환이 그 믿음에 답해야 할 차례가 왔다.
9일부터 12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코나미컵 아시아 야구시리즈 2006’에 한국대표로 출전하는 삼성이 7일 출국한다. 지난해 이 대회 결승에서 일본 롯데 머린스에 3-5로 져 준우승에 그쳤던 선동열 감독은 “두번째 출전이니 당연히 목표는 우승”이라고 공언했다.
이번 대회에는 올해 일본시리즈 우승팀 니혼햄 파이터스, 대만시리즈 챔피언 라뉴 베어스, 중국 올스타팀 등 4팀이 출전해 풀리그를 벌인 뒤 상위 1, 2위팀이 맞붙어 아시아 왕중왕을 가린다.
■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
6경기 동안 팀타율 0.209. 한국시리즈에서 본 삼성은 ‘반쪽짜리 팀’이었다. 중심역할을 해야 할 양준혁(0.167)-심정수(0.200)-김한수(0.048)가 헛방망이질을 한 결과다. 코나미컵에 나서는 삼성의 전략도 그때와 크게 다를 건 없다. 한국시리즈에서 2승1세이브를 올리며 맹활약했던 배영수마저 팔꿈치 수술로 빠져 선발진의 힘은 더 떨어졌다.
결국 아시아 최다세이브(47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운 오승환과 권오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오승환은 지난 3월 세계야구클래식(WBC) 본선 2라운드 일본전에 9회 1사후 등판해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2-1 승리를 마무리한 바 있다. 5, 6회까지 삼성이 앞설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가공할 공격력 니혼햄
44년 만에 일본시리즈를 거머쥔 니혼햄 파이터스는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세기뇰-이나바 아쓰노리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의 공격 비중이 큰 팀이다. 이들은 일본시리즈 5경기에서 15타점을 합작하는 공격력을 발휘했다. 특히 한국계 선수로 잘 알려진 3번 오가사와라는 올 시즌 퍼시픽리그 홈런 1위(32개), 타점 1위(100점)를 올린 요주의 인물이다. ‘훗카이도의 사무라이’라는 별명답게 특이한 타격폼에서도 장타력과 정교함을 두루 갖췄다. 지난 5일 자유계약선수(FA) 선언을 하기도 한 오가사와라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등이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라 일본내에서도 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전 선발이 예상되는 좌완 야기 도모야(12승8패) 뒤엔 일본판 ‘필승카드’가 버티고 있다. 니혼햄의 뒷문은 다케다 히사시(5승3패45홀드)-마이클 요시히데 나카무라(5승1패39세이브)가 지킨다. 일본의 〈닛칸스포츠〉는 “마이클이 아시아 넘버원 수호신 자리를 걸고 아시아시리즈에 나간다”며 오승환과의 맞대결에 주목했다.
■ 단기전이라는 변수
객관적 전력에선 니혼햄의 4연승이 예상되지만 단기전 승부라 쉽게 예측하긴 어렵다. 마찬가지로 대만 대표 라뉴 베어스도 무시못할 복병이다. 팀타율 0.284, 팀평균자책 2.95에서 보듯 공수균형이 잘 갖춰진 팀으로 평가된다. 박노준 〈에스비에스〉 해설위원은 “지난 대회에도 대만팀에 4-3으로 힘겹게 이겼다”며 “마운드 운영이 돋보이는 팀”이라고 평가했다.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중국은 최약체로 꼽힌다.
박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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