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 권오상 기자
"내가 어떻게 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친정팀)삼성 라이온즈가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많네요"
9일 오후 아시아 프로야구의 왕중왕을 가리는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2006' 삼성과 니혼햄 파이터스 경기가 열린 일본 도쿄돔에 모습을 드러낸 이승엽(30)은 요미우리의 4번 타자 유니폼 대신 말쑥한 정장차림이었다.
이날 양팀 경기를 중계하는 KBS 2TV의 해설자로 깜짝 데뷔하기 때문.
이승엽은 해설에 앞서 "작년 롯데 마린스 소속으로 코나미컵에 뛰었던 때보다 편하지만 생전 처음 해보는 해설이라 조금 떨린다"며 헤드폰을 쓰고 마이크를 잡은 그의 모습은 다소 긴장돼 보였다.
하지만 올 해 일본 무대에서 확고부동한 4번 타자로 맹활약한 뒤 4년 장기계약 대박을 터뜨린 그라운드 스타 이승엽은 해설도 야구 솜씨 못지 않았다.
함께 중계했던 김현태 아나운서는 "1회와 2회는 방송에 익숙하지 않아 조금 긴장된 모습이었지만 말 재주가 굉장히 좋고 워낙 요점을 잘 집어내 나도 놀랐다. 해설자 데뷔(?)로도 성공적이었던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해설자석에 나란히 앉았던 이용철 해설위원도 "계속 마이크를 잡으면 내 `밥줄'을 끊어 놓을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떤 뒤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춰 격려하고 경기 내용을 예측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특히 평소 친한 김한수 선수가 7회 내야 안타를 칠 때도 미리 알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승엽은 "시청자들이 어떻게 봤을지 걱정이 앞선다. 내가 몸 담았던 삼성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해설한 건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 (도쿄=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chil8811@yna.co.kr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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