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이 긴 겨울잠을 끝내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현대(위)와 기아(아래) 선수들이 각각 원당구장과 광주구장에서 런닝과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있다. 현대 유니콘스·기아 타이거즈 제공
거친 숨, 굵은 땀, 다가오는 우승의 꿈
프로야구 8개 구단이 속속 겨울훈련에 돌입하고 있다.
5일 기아(KIA) 엘지(LG)가 처음 팀훈련을 시작했고, 두산이 가장 늦은 12일 훈련소집을 한다. 지금은 ‘우승’을 위해 ‘겨울숙제’를 해야 할 때. 일본, 미국 하와이·플로리다 등지로 겨울훈련을 떠나는 각 팀들이 풀어야할 과제는 무엇일까.
■ 삼성, 방망이를 단련하라!
지난해 팀 타율 0.255. 1996년(0.249) 이후 가장 낮다. 그러니 겨울 테마는 방망이다. 타자들은 일본 프로야구 타격왕 출신 사사키 교스케 전 긴테쓰 감독으로부터 특별지도를 받는다. 배영수가 팔꿈치 수술로 빠지기 때문에 마운드도 무시할 수 없다. 선동열 감독은 “투수들 중에서 현재 확실한 선수는 외국인 선수 두명 뿐이다.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실력대로 조련하겠다”라고 말했다.
■ 한화, 왼손 불펜진 탄탄하게
“선발(송진우 류현진)은 왼손이 넘치는데 중간에 왼손이 없다”는 게 김인식 감독의 걱정거리다. 간간이 왼손릴리프 구실을 해주던 차명주는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뒤 계약이 미지수다. 군에서 제대하는 박정진의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데 공백기가 문제. 김 감독은 “박정진은 직접 보고 평가해야 할 것 같다. 일단은 투수들을 잘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 현대, 포수 김동수 후임 찾기
현재 포수 김동수의 백업이 없다. 김시진 신임 감독은 “김동수는 나이가 많아서 풀시즌을 못 뛴다. 최소 1주일에 2경기 정도는 다른 선수가 나서야 하는데 강귀태가 수술하는 바람에 허준 유선정 등 기존 선수들을 써야하는 처지”라고 밝혔다. 다른 포지션은 무한경쟁에 맡겼다. 유격수는 서한규를 백업으로 놓고, 지석훈 차화준 강정호 3명에게 주전경쟁을 시키고 있다.
■ 기아, 공격력 보강에 관심
팀 에이스이던 그레이싱어가 일본으로 가면서 마운드에 출혈이 생겼다. 침체된 방망이도 문제. 서정환 감독은 “투수력이 조금 신경쓰이지만 공격력 보강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면서 “홍세완 손지환 김주형 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2, 3루 수비가 다 되는 ‘만년 기대주’ 김주형은 마무리 훈련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3루 수비를 연습했으며 이는 전훈에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 두산, 선발 투수를 찾아라
두산은 다른 해보다 일찍 전훈을 떠난다. 그만큼 사정이 긴박하다. 당장 급한 것은 선발투수 찾기. 박명환이 엘지로 갔고, 이혜천마저 군 문제가 걸려 있다. 믿을 만한 선발은 다니엘 리오스와 맷 랜들 뿐이다. 김경문 감독은 “젊은 층에서 선발로 뛸 수 있는 선수를 추려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김명제 외엔 없다”며 갑갑해 하고 있다. 엘지 보상선수로 영입한 신재웅, 신인 임태훈 등이 주요 관심대상이다.
■ SK, 선수 평가 원점서 시작
12월22일까지 일본 미야자키에서 훈련을 진행해 이번 전지훈련은 실전위주로 돌아간다. “제로에서 선수들을 평가하겠다”는 김성근 감독의 신념은 여전하다. 베테랑 박재홍에 대해서도 “그 정도 수비는 내가 권하고 있는 야구와 맞지 않다”고 딱 잘라 말할 정도. 내야수는 2~3개 포지션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어야만 한다고 주문한다. 박경완(포수)을 위협하는 정상호의 성장이 김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 롯데, 선수 기량향상이 우선
선수층이 얇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다. 강병철 감독은 “1, 2선발을 빼고는 확실한 선발이 없고, 4번 이대호를 받쳐줄 타자도 없다”면서 “젊은 선수들이 많으니까 당장은 전훈에서 훈련량을 늘려 이들의 기량을 향상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감독이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는 김주찬과 상무에서 유격수로 활약하면서 안정된 수비를 보여준 문규현. 문규현은 지난해 2군 리그 타격 4위(0.358)를 기록했다.
■ LG, 체력·집중력·단결력 강화
체력과 집중력 강화다. 김재박 감독은 “엘지가 그동안 단결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면서 “일단 정신력과 단결력을 강화하고, 기본기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뽑은 취약 포지션은 3루수. “김상현이 있지만 상무에서 외야수로 뛰었기 때문에 겨울훈련 동안 3루수를 만들어 보려고 계획 중”이란다. 마무리도 불안한데 일단 지켜보면서 투수 보직을 결정할 계획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프로야구 8개 구단 전지훈련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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