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엘지 “서울로는 못온다”
선수 전면 드래프트 가능할까
헐값인수→구단포기 악순환?
선수 전면 드래프트 가능할까
헐값인수→구단포기 악순환?
농협중앙회(이하 농협)의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 인수 검토사실이 보도된지 하룻만에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서울팀 두산·LG ‘이전반대’=우선, 농협이 요구하고 있는 연고지 서울 이전에 대해, 기존 서울 연고팀인 두산 베어스와 엘지 트윈스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김진 두산 사장은 “목동구장은 프로경기를 치를 수 없는 시설이며, 그렇다고 잠실구장을 3개 구단이 쓸 수는 없다”며 “일본도 도쿄에 3팀을 뒀다가 한팀이 떠났듯이, 뉴욕·엘에이 등 전세계 어느 곳도 3팀을 한 도시에 연고지로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수 엘지 사장도 “3팀이 한 구장을 쓰면서 서울의 15개 고교를 나눠갖고, 에스케이는 19개교를 독차지하는 꼴이 되는 것 아니냐”며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전면 드래프트의 맹점=농협은 또 전면 드래프트를 통한 선수수급을 바라고 있다. 김영수 엘지 사장은 “전면 드래프트를 하면서 굳이 서울로 올 이유가 없다”며 “게다가 연고학교팀에 투자해온 다른 구단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름 밝히길 꺼린 한 야구 해설위원은 “연고지 후원이 중단되는 나쁜 상황이 생길 수 있는 등 폐해에 대한 한국야구위원회(KBO) 차원의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며 “이 문제도 성급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농협에 1차 지명권 숫자를 늘려주는 식으로 차분하게 조정해나가는 게 현실적이다”고 주장했다.
인수가격의 적정성=프로야구계에선, 지나친 헐값의 인수가 오히려 상황이 나빠질 경우 구단 운영을 포기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도 없지 않다. 김진 사장은 “주인 없다고 너무 싼 값에 서둘러 파는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주식보유분 80억원과 연고이전 부채 54억원을 합한 134억원부터 200억원 정도까지가 매각 대금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농민단체와 농림부의 반대=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16일 성명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어려워지는 여건에 대응해 농협은 체질개선과 경제사업 활성화에 매진할 때인데 야구단을 인수하겠다는 것에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다”며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에프티에이 협상이 진행되는 시기에 막대한 재원을 들여 농업과 농촌의 근본적 회생과는 아무 연관이 없는 야구단 인수방침은 농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농협도 기획조정실의 손병환 팀장이 15일 농림부를 방문해 인수배경을 설명했지만, 농림부로부터 부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농협중앙회나 한국야구위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인수반대를 주장하는 글이나 연고지 이전과 관련한 찬반양론의 글들이 올라오는 등 농협의 야구단 인수가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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