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열
주장완장 새 주인 ‘눈에 띄네’ /
1991년 초, 키 크고 눈 작고 깡마른 선수 하나가 프로야구 엘지(LG) 트윈스에 입단했다. 서울 장충고 졸업을 앞둔 내야수였다. 하지만 그를 눈여겨본 이는 거의 없었다. 만 16년이 지난 2007년, 그는 아직도 당당히 엘지 유니폼을 입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주장이 됐다.
이종열(35·사진). 그는 화려한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다. 하지만 그라운드의 진정한 승자는 바로 그다. 이종열은 2002년과 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스스로 포기했다. 그러나 구단은 7년간 최대 22억6천만원을 주고 그를 붙잡았다. 술 담배를 입에 대지 않는 성실함을 갖춘 ‘연습벌레’인 그를 구단은 놓칠 수 없었던 것이다. 엘지에서만 무려 17시즌째 뛰게 되면서 김용수 코치(16년)를 넘어 최장수 엘지맨이 됐다.
이종열은 계약금과 연봉 각각 900만원을 받고 엘지에 입단했다. 그러나 당시 김재박 이광은 송구홍 같은 쟁쟁한 선배들을 보고 프로 선택을 후회했다고 한다. “암담했죠. 대학가서 체육교사 자격증이나 딸 걸하구요.” 그는 “남들과 똑같아선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각고의 노력으로 스위치 타자로 변신했고, 당시 386컴퓨터를 구입해 꾸준히 데이터를 입력했다.
하지만 시련이 닥쳤다. 주전으로 막 발돋움하려던 94년 시범경기 때 타구에 맞아 앞니 4개가 부러졌다. 당시 이광환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타구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1998년 한국시리즈에서 팀이 준우승에 머문 뒤 이종열은 또한번 변신을 시도했다. 엄청난 체력훈련과 식이요법으로 ‘몸짱’이 된 것. 2할2~3푼에 그쳤던 타율은 3할대에 육박했고, 홈런도 9개나 쳤다. 그후 꾸준히 2할5~6푼대를 치고 있다. 올해도 여느 해처럼 주전경쟁을 해야 하지만 그에겐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늘 팀에 빚을 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장을 맡은 올해 우승해서 꼭 보답하고 싶습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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