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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외로움이 제일 견디기 힘들었다

등록 2007-02-16 17:48

이승학
이승학
햄버거로 끼니 때우고 인종차별 설움도
“입단 때 미리 알았다면 선택 달랐을 것”
마이너리그서 돌아온 이승학 /

■ 기억1 루키시절 월급은 120만원이었다. 3년 만에 올라간 트리플A 시절의 월급은 200만~210만원. 원정 숙박비, 식비, 장비값에 차보험료와 기름값을 내고 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었다. 매일 라커이용비 15달러(1만4천원)도 내야 했다. 때문에 점심은 햄버거로 때우는 일이 많았고, 간혹 원정을 갔다가 한국상점에 들르면 라면 한 박스를 사서 숙소에서 끓여먹기도 했다. 그나마 월급도 시즌 중(약 5개월반)에만 지급됐기 때문에, 1년의 절반은 월급 한푼없이 입단 때 받았던 계약금을 ‘축내면서’ 살았다.

■ 기억2 장거리 원정경기가 있을 때면 평균 10시간 이상 버스를 타야 하는데, 구단 버스좌석은 앉으면 무릎과 앞 의자의 틈이 2㎝도 채 되지 않았고, 좌석이 뒤로 제껴지지 않아 어정쩡한 자세로 길게는 18시간을 버스 안에 갇혀있었다. 인종차별도 있었다. 분명히 눈에 보이는 성적이 더 나은데도, 구단은 미국인-남미인-아시아인 순으로 메이저리그에 올렸다.

이승학(28·사진)이 떠올리는 마이너리그 기억은 이렇게 아프다. 오죽하면 “다시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라고 할까. 이승학은 단국대 4학년이던 2001년 3월, 계약금 115만달러(당시 15억원)를 받고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입단했다. 루키리그부터 시작해 3년 만에 트리플 A인 스크랜턴 레드배런스까지 올라갔지만, 메이저리그 무대는 한번도 밟지 못했다. “최근 1, 2년 성적이 괜찮아 기대했는데 끝내 부르지 않더라고요.”

마이너리그 6년 생활 동안 그를 가장 힘들게 한 건 지독한 외로움이었다. 그가 있던 스크랜턴시에는 한인타운은 물론, 한국인 식당조차 없었다. 휴식일이면 “그냥 숙소침대에 멍하니 누워있거나 비디오를 보는 일”이 반복됐다. 경기가 안 풀리거나, 훈련이 마음먹은 대로 안되는 날이면 누구라도 붙잡고 하소연하고 싶었지만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입단 때 나에게 마이너리그 생활에 대해 얘기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으며 장밋빛 미래만 그렸다. 만약 그때 누군가 충고했다면, 선택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는 최근 엘에이 에인절스에 입단한 정영일(계약금 135만달러)을 평소 알았다면 “도전도 좋지만 마이너리그 삶이 어떤 건지는 꼭 말해줬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승학은 올해 해외파 복귀 규제가 한시적으로 풀려, 현재 모교인 부산공고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국내 프로구단 입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직구 최고 스피드가 149~150㎞, 평균 스피드가 143㎞ 이상 꾸준히 나와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한국프로구단에서 우승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보고 싶다.” 20대 청춘 대부분을 낯선 땅에서 외로움과 싸우면서 버티다가 야구인생의 유턴지점에 선 한 남자의 다부진 각오다.

이승학에 대한 우선지명권은 송승준·추신수와 함께 롯데 자이언츠에 있으며, 3월말까지 롯데 구단이 지명하지 않으면 최희섭·김병현에 대한 우선지명권이 있는 기아(KIA)를 제외한 나머지 6개 구단이 추첨으로 지명권을 갖게 된다.

부산/글·사진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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