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SK 수석코치가 2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 클리닝 타임 도중 팬티차림으로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이 코치는 “문학구장에 만원관중이 들어차면 팬티만 입고 구장을 돌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인천/연합뉴스
현장
“난/네가 기뻐하는/일이라면/뭐든지 할 수 있어~~.”
27일 SK와 기아 경기를 앞둔 인천 문학구장은 온통 전날 ‘헐크의 팬티 뒤풀이’가 화제였다. 이만수 SK 수석코치는 전날 울려퍼진 영화 <공포의 외인구단> 주제곡 ‘난 너에게’처럼 팬을 위해 기꺼이 팬티만 빼고 모두 벗었다. 이 코치는 “처음엔 쑥스러웠지만 뛰고나니 야구인으로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기아 서정환 감독도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이런 일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이 코치는 ‘팬티 뒤풀이’에 대해 가족들 반대가 심했다고 털어놨다. 울면서 말리는 가족들에게 “팬과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 코치는 이달 초 “10경기 안에 문학구장에 관중이 꽉 차면 팬티만 입고 그라운드를 뛰겠다”고 했다. 드디어 26일, 3만400석이 매진되면서 ‘팬티 뒤풀이’는 현실이 됐다. 이 코치를 비롯해 야구팬 15명과 구단 관계자, ‘와이번스 걸’ 이현지(20)씨, 마스코트 등 모두 22명이 구단 깃발을 휘날리며 그라운드를 돌았다. ‘22’는 이 코치의 등번호.
관중들은 기립박수로 환호했고, 원정팀 기아 응원단도 꽃가루를 뿌리며 환영했다. 구장은 온통 감동의 물결이었다. SK 박철호 홍보팀장은 “희화화하지 않으려고 ‘난 넌에게’ 테이프를 급히 구해 틀었다”며 뒷얘기를 공개했다. 그라운드를 돌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이 코치는 “그라운드가 왜 이리 넓으냐”며 숨을 헐떡였고, 김성근 감독은 “(이 코치) 몸매가 더 좋았더라면…” 하고 응수했다. 이 코치와 함께 뛴 대학생 팬은 “어릴 적부터 이 코치님 팬이다. 일생 동안 간직하고픈 영광의 순간이었다”고 했다.
이 장면은 이 코치 가족들도 현장에서 지켜봤다. 아내 이신화(49)씨는 “당황스러웠지만 남편이 진심으로 야구를 좋아하니까 이해됐다”면서 “그래도 다시는 안하겠죠?”라며 웃었다. 큰아들 하종(24)씨는 “평소에도 아버지가 자랑스러웠는데, 오늘은 존경스럽다”고 했다. 이 코치는 “어제 입었던 팬티는 팬이 선물한 것”이라면서 “그 팬티와 개인소장품 등을 나중에 경매에 내놓겠다”고 했다.
인천/김동훈 김양희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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