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46) 야구 해설위원
상대타자 약점 조목조목 짚어줘
“이순철 위원님이 해설하면 왠지 든든해요.”
이순철(46) 야구 해설위원이 때아닌 롯데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27일 LG-롯데전이 끝난 뒤 경기장을 나서던 이순철 위원은 롯데 응원단이 자신을 알아보고 좋아하자 어리둥절했다.
롯데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 위원이 열성적인 롯데팬 맘에 든 건 전날(26일) 경기 해설 때문. 12회말까지 4-4 승부를 가리지 못한 이날 이 위원은 자신이 한때 몸담았던 LG 타자들 약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신인이라 변화구 공략에 서툴다” “오픈 스탠스지만 사실 몸쪽에 약하다”는 힌트도 줬다. “몸쪽 승부를 피한다”고 롯데 포수 강민호를 지적하기도 했다.
물론 이 위원의 조언이 당장 경기장에 전달될 수는 없는 법. 대신 26일 밤부터 롯데 홈페이지엔 이 위원의 ‘어록’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롯데 투수 손민한은 이날 경기를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며 이순철 위원의 분석을 꼼꼼히 챙겼다. 27일 8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손민한은 “어제 이순철 해설위원의 중계방송을 본 게 큰 도움이 됐다. 몸쪽 승부를 하고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진 것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1985년 프로에 데뷔해 지난해 중반까지 LG 감독을 맡았던 현장경험을 잘 살려 해설하는 것이 그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 이 위원은 “내 해설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라며 자신의 해설이 특정 팀에 편향되지 않음을 강조했다. 같은 날 LG트윈스 홈페이지엔 이순철 위원을 비난하는 몇몇 글이 올라왔다. 이 위원은 “좋든 나쁘든 그런 반응들이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말장난을 피하고 정통 해설을 하자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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