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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사직구장 사람들 유전자는 ‘부산 갈~매기’

등록 2007-05-31 08:37수정 2007-05-31 09:56

대이어 아버지·삼촌 손잡고 ‘모태신앙처럼’ 발걸음

1구1구에 피 마르고 애닳아…“쎄리라” 봉다리응원
확 달아오르는 바닷사람 기질이 야구와 ‘찰떡 궁합’
일본야구 ‘인접효과’→야구명문고교 붐→롯데 춤범

회사원 방재은(33·부산 범천1동)씨는 오늘도 사직구장에서 눈물을 흘린다. “선수들과 같이 긴장하다가 그게 풀리면 눈물이 나거든요.” 코흘리개 시절 외삼촌 따라 야구를 알게 된 방씨는 중1 때 에이스 윤학길(현 상무 코치)에 반해 사직구장에 ‘눌러 앉았다.’ 박석진 강상수를 거쳐 지금은 손민한에게 꽂힌 그는 손민한이 나오는 날이면 원정 응원도 마다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경기요? 그거 다 기억하고 있었으면 피가 말라서 계속 보지도 못 했을 거에요.”

야구를 보러 수업을 ‘제낀’ 여중생들이 아저씨들과 신문지를 나눠 찢는 야구장. 상대팀 안방에서 보란듯 파도타기를 펼치는 응원단이 있는 프로야구팀. 그들이 롯데 자이언츠고 ‘부산사람들’이다.

바닷가 사람들 부산의 야구 열기는 바다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그들은 하나같이 ‘바닷가 기질’을 야구 열기의 이유로 꼽는다. <부산일보> 남태우 기자는 “조용하다가 확 달아오르는 야구의 특성이 바닷가 사람들 기질과 잘 맞다”며 “예전엔 뱃사람들이 많았고, 한번 뭍으로 오면 한두 달 쉬었던 사람들이라 야구장을 자주 찾았다”고 설명했다.

야구가 먼저 도입된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점도 작용했다. 1990년대 초까지도 부산 지역에선 일본 공중파 방송이 잡혀 일본의 야구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었다. 여기에 부산고 경남고 등 야구 명문들이 1970~1980년대 고등학교 야구 전성기를 이끌면서 그 시절 열성팬들이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롯데로 옮겨갔다.

“모태신앙 같은 것” 지금의 롯데팬들은 1980년대 프로야구 초창기 팬들의 2세대쯤 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부산 특유 지역색은 그대로 물려받았다. “쎄리라”(때려라) “마!”(이놈아) “아 주라”(애들한테 줘라) 등 구호 대부분 사투리다. 경기에 이기든 지든 롯데 응원석은 잔치판이다. 처음 만나는 사람도 애 어른 할 것 없이 ‘부산사람’이라는 공통분모만 있다면 술 한잔 나누는 친구가 된다. 회사원 윤여진(26)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장에서 열광하던 아버지 모습이 떠오른다”며 “마치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아이가 교회를 가듯, 자연스레 야구장엘 갔다”고 말했다.

부산 사람들에게 야구팀 ‘롯데’는 그들의 고향이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자 젊은 시절 아버지, 삼촌 모습이다. 어릴 적 사직구장에서 <부산갈매기>를 부르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한 그들은 그 추억을 못 잊어 객지에 나가서도 롯데 경기를 찾아온다. 방재은씨는 “부산갈매기를 부를 때 전해오는 짜릿함을 타지 사람들이 느끼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최고 팬이라는 자부심 스포츠는 결과를 논하지 않을 수 없고, 성적에 따라 관중수가 오르락내리락 하긴 롯데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그 폭이 더 가파른 게 롯데의 현실이었다. 2001~2004년 롯데는 4년 내리 꼴찌를 했다. 소설가 박민규는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삼미의 야구를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야구를 통한 수양”이라고 했다. 그 야구를 롯데도 했던 시절이 있었다.

대신 롯데가 4위 언저리만 맴돌아도 숨죽여 있던 롯데팬들이 기를 펴기 시작한다. 그들은 “신은 부산에 최악의 팀을 내렸지만 최고의 팬을 두셨다”는 말을 한다. 응원 문화만큼은 국내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있다. 그래서 부산 사람들은 오늘 밤도 야구장에 몰려와 부산갈매기를 부르고 신문지와 ‘봉다리’를 흔들어댄다.

부산/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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