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9명으로 제36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중등부 우승을 거둔 김해 내동중학교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한데 모였다. 11명 가운데 2명은 대회 엔트리에서 빠졌다.
전국소년체전 우승 김해 내동중학교
선수·학부모·감독 한마음으로 뭉쳐 쾌거
선수·학부모·감독 한마음으로 뭉쳐 쾌거
“한번 마운드를 내려온 투수는 다신 올리지 않습니다.”
김해 내동중학교 이승훈(42)감독은 ‘선수 혹사 의혹’을 일축했다. 단 9명의 선수로 지난달 제36회 전국소년체전에서 중등부 우승을 이룬 내동중의 ‘내막’은 이렇다. 현재 이 학교에 소속된 선수는 모두 11명. 이 가운데 1학년 손민성은 야구 시작 2개월, 김현수(1학년)는 울산에서 전학온 지 6개월밖에 안돼 대회 엔트리에서 빠졌다.
교체 선수가 없다는 이유로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뛸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왼쪽 발목 인대 파열로 6주 진단을 받은 이지만(3학년)은 4주만에 발목 보호대를 차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무리하지만 않는다면 조금씩 운동을 하는 게 더 낫다는 의사 확인을 받았다. 경기가 끝나면 얼음 찜질로 발목을 달랬다. 투수 박세준(3학년)은 오른쪽 넷째 손가락에 가는 금이 간 상태에서도 130㎞를 넘나드는 공을 뿌렸다.
선수가 부족한 대신 팀은 최정예 멤버로 꾸렸다. 왼손 에이스 배준빈(3학년)은 이번 대회가 낳은 최고 스타. 첫 경기 울산제일중을 상대로 5회까지 볼넷 하나만 내주고 7-0 콜드게임 승리를 거둬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더니 경복중과 결승에선 사이클링히트를 쳐냈다.
배준빈은 “대통령배대회에서 노히트노런을 한 제주관광고 김수완 선배(2005년 졸업)처럼 나도 해보고 싶었다”며 여유있게 웃었다. 2학년 김승한은 포수 마스크를 쓰고 1번 타자로 나서 상대 투수들을 괴롭혔고 야구경력 5개월의 권오성(1학년)은 결승전 4타수 3안타를 터뜨렸다.
마산상고-동아대를 거쳐 롯데 자이언츠에 잠시 몸았던 이승훈 감독은 2005년부터 내동중 지휘봉을 잡았다. “생각보다 선수들 기본기가 안 잡혀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한 이 감독은 “유능한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부산으로 가버려 선수가 늘 부족하다”고 했다. 내동중의 활약이 알려지면서 선수들을 탐내는 명문고 스카웃 제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이 감독은 훌륭한 선수들이 지역 야구팀으로 갔으면 하고 바라지만 “좋은 곳에서 뛰게 하려는 게 부모 마음 아니겠냐”며 아쉬워했다.
올해로 창단 10년째인 내동중 야구부는 최근 눈에 띄는 성적을 내며 알찬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소년체전에서도 4강에 올랐고, 올해 롯데기야구대회에서 경남팀으로는 처음 우승을 차지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 모두 어떤 포지션이든 만능”이라고 비결을 귀띔했다. 그리고 덧붙이는 한 마디. “부모님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꼭 전해주세요.” 다재다능한 선수들과 이들을 배려하는 감독, 열성적인 부모들의 뒷바라지까지.
작지만 강한 내동중학교 힘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김해/글·사진 박현철 기자fkcool@hani.co.kr
작지만 강한 내동중학교 힘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김해/글·사진 박현철 기자fk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