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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시집살이 스트레스 야구로 날리다가 끝내 입학까지”

등록 2007-06-18 14:23수정 2007-06-18 14:38

나주대 박금주(7번)가 17일 장충리틀야구장에서 열린 전국여자야구대회 나인빅스와 결승전 2회말 솔로포를 터뜨리자 동료들이 축하해주고 있다.  김경호 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나주대 박금주(7번)가 17일 장충리틀야구장에서 열린 전국여자야구대회 나인빅스와 결승전 2회말 솔로포를 터뜨리자 동료들이 축하해주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헛치고 넘어지고 알까고 까르르 웃는 어떤 야구장
여자야구선수권 결승전 ‘팬에서 선수로’ 흥분 가득
실책은 경기를 살리는 양념같은 것. 실책을 한 선수도, 그를 지켜보는 동료들도, 누구 하나 부끄러워 하거나 짜증내지 않는다. 그러니 삼진을 당했다고, 어이없는 주루 플레이를 했다고, 호통치는 사람도 없다. 치고 달리고 넘어지는 야구가 좋아 모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마치 동화같은 이 장면은 제1회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배 전국여자야구선수권 결승전이 열린 17일 서울 장충리틀야구장 모습이다.

최고령 선수인 나주대 박형옥씨.
최고령 선수인 나주대 박형옥씨.
“새로 태어났다” = 대회 최고령 선수인 나주대 박형옥(51)은 결승전 벤치를 지키고 있었다. 이닝이 바뀔 때마다 자식뻘 되는 동료들 방망이와 글러브를 챙기며 후보선수 본연의 임무에 여념이 없었다. “프로야구 원년(1982년)부터 해태 타이거즈 광팬이었죠. 김준환 김종모 김봉연 이들이 한참 날릴 때였어요.” 전남 완도가 고향인 박형옥은 1985년 결혼 뒤 부산에 살면서 당시 롯데 자이언츠 안방이었던 구덕운동장을 “내집 드나들 듯” 했다.

“시집살이 스트레스를 야구 보면서 날리곤 했어요.” “결혼 전엔 선수 데이터를 줄줄 외웠다”는 그는 결국 야구에 대한 유혹을 ‘겸허히’ 받아들여 아예 선수가 되기로 작정했다. 오로지 야구를 하기 위해 지난해 나주대에 입학했을 정도. “힘들지만 좋은 걸 어떡해요. 야구하면서 새로 태어난 것 같은데….” 그는 마지막 공격인 5회말 대타로 나와 상대 실책으로 출루한 뒤 득점을 올리며 야구하는 재미를 실컷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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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만 생각하면…” = “일 힘든 것도 다 잊고 산다”는 일본인 야노 카오리(37)와 카이야 에리(28)는 관중석에서 결승전을 지켜봤다. 그들이 속한 선라이즈가 전날 준결승에서 나주대에 3-17로 졌기 때문.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생인 에리는 지난해 10월 교환학생 시절 알게 된 야노에게 이끌려 야구를 하게 됐다. 마침 둘 다 중학교 때 소프트볼을 했던 터라 팀에선 공수에 걸쳐 주축선수 역할을 맡았다. “야구만큼이나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게 좋다”는 에리는 “야구를 통해 한국을 추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일본어 홈페이지 관리를 맡고 있는 야노는 한국생활만 올해로 8년째다. 매 주말 비좁은 운동장에서 연습만 하다 잔디구장에서 대회를 치르니 기분이 좋다. “야노 언니 실책 많이 했다고 인터뷰하는거야?”라고 동생들이 놀려도 싱글벙글이다. 그는 “같이 땀 흘리고, 웃고 울고 하다보니 금방 친해졌다”며 “당분간 한국을 떠나기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야구장이 행복한 그들 = 결승전에선 한 수 위 전력을 자랑한 나주대가 나인빅스를 13-3으로 물리치고 초대 챔피언에 오르는 것으로 대회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결과는 결과일 뿐. 그곳엔 ‘투수혹사’도, ‘고개숙인’ 2위 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로지 야구를 향한 열정과 그들이 흘린 땀냄새와 야구에 ‘꽂힌’ 그들의 웃음소리만 가득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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