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꼬마 치어리더’ 한지우가 잠실구장 응원단석에 올라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사진 LG트윈스 제공
구단별 ‘전매특허’ 응원들
기아 화장지 꽃가루 폭탄
두산 ‘짝짝 짜자작 짜자자작’ 박수 지난 4월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SK의 프로야구 개막전. 대전까지 원정응원을 간 SK팬들은 밤추위 때문에 팔짱을 끼고 서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SK 타자가 출루하자 갑자기 원명호 응원단장은 제자리에서 폴짝 뛰며 “뛰어” 구호를 냈다. 사람들도 재밌다는 듯 덩달아 따라했다. 2개월이 지난 현재, 인천 팬들은 SK 선수들의 도루를 염원할 때면 팔짱을 낀 채 일어서서 제자리 뜀뛰기를 한다. 원 단장은 “팬들이 팔짱끼고 움추려 있는 걸 보다가 몇몇 열성팬들과 함께 도루응원을 생각해냈다”고 했다. 롯데의 신문지·봉다리 응원만이 야구 응원의 전부가 아니다. 다른 구단들도 그들만의 독특한 응원문화를 자랑한다. KIA팬들은 재작년 가을부터 ‘화장지 꽃가루 폭탄’을 야구장에 등장시켰다. 구단관계자들은 청소하기 까다롭다는 이유로 자제를 호소하지만, 관중석 상단에서 밑으로 뿌려지는 화장지 꽃가루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화장지 꽃가루 폭탄은 한때 구장내에서 300~500원에 팔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팬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만든다. “열성팬들이 주로 만들어 오는데, 두명이 하루 종일 매달려도 10개 정도면 많이 만든 것이라고 하더라고요.”(김주일 KIA 응원단장) KIA는 이밖에도 올해 막대풍선을 이용한 다양한 응원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막대풍선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3배 가량 늘었다고 한다. 그래도 전통의 응원강자는 서울팬을 양분하고 있는 두산과 LG. 두산은 ‘짝짝 짜자작 짜자자작 두산’으로 완성되는 박수응원이 트레이드 마크. 1990년 즈음 ‘2, 3박수’를 차용해 처음 만들었으며 현재는 가장 친숙한 야구 박수가 됐다. 두산팬들은 잠실 경기가 끝난 뒤 자동차 경적소리로 이 박수를 흉내내기도 한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로 신바람나는 응원문화를 주도해 온 LG는 주말마다 한지우(8) 어린이를 꼬마 치어리더로 내세운다. 올해는 응원석도 외야에서 내야로 옮겨 더 흥을 내고 있다. 삼성은 마스코트인 ‘블레오’(파란 사자)를 활용한 응원이 톡톡 튄다. B-BOY 출신 남자 치어리더 4명이 경기초반에는 마스코트 탈을 쓰고 그라운드 위에서 놀다가 나중에 둘은 따로 응원단상에 올라 신나는 B-BOY 댄스를 선보인다. <캐논> <엘리제를 위하여> 등 변형된 클래식 음악도 귀에 쏙쏙 박힌다. 남성훈 LG 응원단장은 “올해 팬층이 많이 젊어졌고 응원 호응도도 훨씬 나아졌다”고 했다. 원명호 단장도 “작년에는 응원하는 팬들이 적어 혼자 떠들고 할 때가 많았는데 올해는 젊은 층들이 단상 앞에 모여있기 때문에 작년보다는 응원을 이끄는 게 쉬워진 것 같다”고 했다. 팬들이 야구장으로 몰리면서 구단간 응원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꼬마 치어리더…호돌이아저씨…열혈응원단장…
어느새 마스코트로
지난 2003년, 두산 프론트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응원단장이 바뀐 것을 안 두산팬들의 엄청난 항의가 있었기 때문. ‘두산 응원단장 하면 송창훈’이라는 이미지가 그만큼 강하다. 1998년부터 두산의 10번 타자들을 이끌어온 송 단장은 2003년 한 해를 제외하고 해마다 두산 응원단석에 오르고 있다. 자신도 프로원년 OB베어스(두산의 전신) 어린이 회원 출신이라 두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두산 응원은 간결하고도 연결 동작이 많은데 이는 “복잡한 응원을 하면 처음 오는 팬들이 따라하기 힘들까봐” 배려한 것이다. “팽팽한 경기에서 아쉽게 졌을 때는 그라운드를 바라보면서 혼자 눈물을 삼키고, 돌아서서는 팬들을 위로해요. 그게 응원단장의 역할이잖아요.”
잠실구장 건너편 LG 응원단석의 인기스타는 단연 꼬마 치어리더 한지우(8·서울 강월초1). 지우는 2005년 여름 LG 행사때 우연히 단상에 올라 춤을 췄는데 팬들의 반응이 좋아 치어리더 팀장의 권유로 2006시즌부터 LG 치어리더로 본격 데뷔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올해는 주로 주말에 등장한다. 지우는 응원단상에서 춤출 때 사람들이 환호하고 좋아하는 게 너무 즐겁단다. 새로운 곡이 나오면 한달에 한두번 치어리더 연습장을 찾아 언니들과 손발을 맞추고, 평소에는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 연습한다.
야구장 응원을 흥겹게 하는 이는 KIA 마스코트인 ‘호돌이’ 길윤호(24)씨도 빠뜨릴 수 없다. 길씨는 이만수 SK 수석코치의 ‘속옷 세리머니’를 광주구장에서 그대로 재연하는 등 다양한 몸짓으로 팬들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심판이나 선수, 그리고 팬이 “광주구장 올 때마다 쟤 때문에 웃겨 죽겠다”고 할 정도로 재간둥이다. 길씨도 사실은 야구선수 출신이다. 군산상고 2학년때 손가락과 어깨를 다쳐 야구를 그만둔 뒤 이벤트회사에 취직해 ‘야구선수’가 아니라 ‘마스코트’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야구를 다시 하고 싶은 마음도 있기는 하지만, 제 몸짓 하나에 팬들이 좋아해주시고, 절 보러 야구장에 오신다는 팬도 많아 정말 보람을 느껴요.” “탈을 쓰면 내가 아닌 것 같다”는 길씨는 실제 모습공개를 꺼린다. 왜 일까? “실물을 보면 신비감이 떨어질까 해서요.”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두산 ‘짝짝 짜자작 짜자자작’ 박수 지난 4월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SK의 프로야구 개막전. 대전까지 원정응원을 간 SK팬들은 밤추위 때문에 팔짱을 끼고 서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SK 타자가 출루하자 갑자기 원명호 응원단장은 제자리에서 폴짝 뛰며 “뛰어” 구호를 냈다. 사람들도 재밌다는 듯 덩달아 따라했다. 2개월이 지난 현재, 인천 팬들은 SK 선수들의 도루를 염원할 때면 팔짱을 낀 채 일어서서 제자리 뜀뛰기를 한다. 원 단장은 “팬들이 팔짱끼고 움추려 있는 걸 보다가 몇몇 열성팬들과 함께 도루응원을 생각해냈다”고 했다. 롯데의 신문지·봉다리 응원만이 야구 응원의 전부가 아니다. 다른 구단들도 그들만의 독특한 응원문화를 자랑한다. KIA팬들은 재작년 가을부터 ‘화장지 꽃가루 폭탄’을 야구장에 등장시켰다. 구단관계자들은 청소하기 까다롭다는 이유로 자제를 호소하지만, 관중석 상단에서 밑으로 뿌려지는 화장지 꽃가루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화장지 꽃가루 폭탄은 한때 구장내에서 300~500원에 팔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팬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만든다. “열성팬들이 주로 만들어 오는데, 두명이 하루 종일 매달려도 10개 정도면 많이 만든 것이라고 하더라고요.”(김주일 KIA 응원단장) KIA는 이밖에도 올해 막대풍선을 이용한 다양한 응원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막대풍선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3배 가량 늘었다고 한다. 그래도 전통의 응원강자는 서울팬을 양분하고 있는 두산과 LG. 두산은 ‘짝짝 짜자작 짜자자작 두산’으로 완성되는 박수응원이 트레이드 마크. 1990년 즈음 ‘2, 3박수’를 차용해 처음 만들었으며 현재는 가장 친숙한 야구 박수가 됐다. 두산팬들은 잠실 경기가 끝난 뒤 자동차 경적소리로 이 박수를 흉내내기도 한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로 신바람나는 응원문화를 주도해 온 LG는 주말마다 한지우(8) 어린이를 꼬마 치어리더로 내세운다. 올해는 응원석도 외야에서 내야로 옮겨 더 흥을 내고 있다. 삼성은 마스코트인 ‘블레오’(파란 사자)를 활용한 응원이 톡톡 튄다. B-BOY 출신 남자 치어리더 4명이 경기초반에는 마스코트 탈을 쓰고 그라운드 위에서 놀다가 나중에 둘은 따로 응원단상에 올라 신나는 B-BOY 댄스를 선보인다. <캐논> <엘리제를 위하여> 등 변형된 클래식 음악도 귀에 쏙쏙 박힌다. 남성훈 LG 응원단장은 “올해 팬층이 많이 젊어졌고 응원 호응도도 훨씬 나아졌다”고 했다. 원명호 단장도 “작년에는 응원하는 팬들이 적어 혼자 떠들고 할 때가 많았는데 올해는 젊은 층들이 단상 앞에 모여있기 때문에 작년보다는 응원을 이끄는 게 쉬워진 것 같다”고 했다. 팬들이 야구장으로 몰리면서 구단간 응원경쟁도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꼬마 치어리더…호돌이아저씨…열혈응원단장…
어느새 마스코트로
9년 가까이 두산 베어스 응원을 이끌어온 송창훈 응원단장이 잠실구장 단상에서 팬들의 응원을 이끌고 있다.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길윤호씨가 KIA 타이거즈 마스코트인 ‘호돌이’ 탈을 쓰고 재롱을 부리자 팬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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