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매리너스 스즈키 이치로가 11일(한국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5회 1사 1루에서 초구를 때리고 있다. 오른쪽 담장을 때린 이 타구는 수비수들의 보이지 않는 실책이 겹쳐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사상 첫 그라운드홈런이 됐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
사상 처음…3타수3안타로 MVP
공도, 수비수도, 담장도 모두 ‘타격 천재’의 편이었다.
11일(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아메리칸리그가 0-1로 뒤진 5회초 1사 1루서 일본인 타자 스즈키 이치로(34·시애틀 매리너스)가 타석에 섰다. 마운드 위에는 전반기 8승(2패)을 거둔 크리스 영(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이 있었다. 초구에 밋밋한 직구가 날아오자 이치로는 냅다 방망이를 휘둘렀다. 타구는 큰 포물선을 그리면서 날아갔고, AT&T 파크 오른쪽 담장을 직접 강타했다. 내셔널리그 우익수 켄 그리피 주니어(신시내티 레즈)는 타구가 왼쪽으로 굴절될 줄 알고 뛰어갔지만, 타구는 비스듬한 담장을 맞고 오른쪽으로 퉁겨져 나갔다. 이 때문에 켄 그리피 주니어는 공을 잡는 데만 한참 걸렸고, 이치로는 당당히 서서 홈플레이트를 밟을 수 있었다. 1933년부터 시작된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사상 첫 그라운드(장내) 홈런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이치로는 이날 그라운드 홈런 뿐 아니라 1회와 3회에도 안타를 쳐내면서 3타수 3안타 2타점(결승타점) 맹활약으로 기자단 투표와 온라인 팬투표(20% 반영)로 선정되는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2001년 메이저리그 진출 뒤 7년 연속 올스타전에 참가한 끝에 받은 상이며, 아시아인 최초의 수상. 이치로는 2001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와 신인상을 동시에 석권했으며, 2004년에는 메이저리그 시즌 최다안타기록(262개)을 세웠다. 올해도 타율 0.359(357타수 128안타) 23도루로 활약하면서 7년 연속 200안타를 향해 순항 중이다. 이런 이유로 올스타전 직전 <시애틀타임스> 등 지역신문은 “이치로가 조만간 시애틀과 5년 1억달러 재계약을 한다”는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치로의 4년 4400만달러 계약은 시즌 후 만료된다.
5회말 수비에서 교체된 뒤 경기 후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그라운드에 선 이치로는 “홈런이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전력질주했다. 그라운드 홈런은 내 생애 처음이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메리칸리그는 9회말 2사 만루의 실점위기를 벗어나면서 5-4로 승리해 1997년부터 올스타전 10연승(1무 포함)을 이어갔다. 올스타전 승리로 2007 월드시리즈 홈 어드밴티지(1, 2, 6, 7차전을 치르는 것)는 아메리칸리그팀이 갖게 됐다. 2008년 올스타전은 새 구장 건축으로 내년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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