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실책·몸에 맞는볼 전무
구원 1위 우규민은 피홈런·폭투 없어
구원 1위 우규민은 피홈런·폭투 없어
‘0’이라는 숫자는 묘한 매력을 풍긴다. 완벽한 것 같지만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숫자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에도 깨고 싶은, 반대로 깨고 싶지 않은 ‘0’의 기록들이 있다.
■ 홈런이 뭐야? 이영우(한화)는 정말 억울했다. 군입대로 2년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와 첫 홈런을 만루홈런(6월28일 대전 KIA전)으로 쳐냈지만, 아쉽게도 빗물에 씻겨갔다. 경기가 우천취소돼 홈런도 없던 일이 됐기 때문. 그 이후로 이영우는 아직도 손맛을 못 보고 있다. 전반기 규정타석(경기수×3.1)을 채운 44명의 야수들 중 홈런을 단 1개도 쳐내지 못한 선수들은 이영우 외에 이종욱(두산)·이용규(KIA) 뿐. ‘이 트리오’ 중 과연 누가 먼저 홈런을 신고할까. 50이닝 이상 투구한 투수들과 마무리투수들 중 전반기에 단 1개의 홈런도 얻어맞지 않은 이는 구원부문 1위(21세이브)를 달리고 있는 LG 소방수 우규민 뿐이다.
■ 포수 미트가 커보여 낙차 큰 커브나 포크볼을 던지는 투수들에게서 잘 나오는 폭투. 폭투는 주자를 한 루 혹은 그 이상 ‘공짜로’ 진루시킨다는 점에서 투수한테는 엄청난 심리적 부담을 안겨준다. 전반기 규정이닝(경기수×1)을 채운 투수들 중에서 폭투를 단 1개도 기록하지 않은 이는 SK 에이스 케니 레이번과 ‘향기로운 남자’ 최향남(롯데) 뿐. 제구력을 갖춘 동시에 포수와의 호흡도 잘 맞아떨어진 결과다. 올해 최고의 소방수로 우뚝 서고 있는 우규민 또한 단 1개의 폭투도 없다. 경기 후반 실점위기에서 등판해 안정된 투구를 펼쳤다는 증거다.
■ 돌글러브? 철벽글러브! 내야수가 실책을 하더라도 뒤를 받쳐주는 다른 내야수 혹은 외야수가 있어 피해는 최소화된다. 하지만 외야수가 실책을 한다면? 외야 관중석의 팬들이 도와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공을 뒤로 빠뜨리면 ‘재앙’이 따른다. 17일 올스타전서 이택근(현대)의 타구를 놓쳐 그라운드 홈런을 안겨준 박한이(삼성)가 그 예. 전반기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들 중 수비실책이 단 1개도 없는 이는 이종욱 이영우 고동진(한화) 심정수(삼성)로 모두 외야수들이다. 물론 외야수비의 경우는 타구가 글러브를 스치지 않는 이상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기 때문에 실책성 플레이도 무마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 몸이 유연해서? 이영우는 ‘0’이라는 숫자를 좋아하는 것일까.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들 중에서 전반기 몸에 맞는 공이 단 1개도 없는 선수는 이영우 뿐이다. 이영우는 시즌 전 “2년 만에 복귀한 만큼 올해는 부상없이 풀시즌을 뛰는 게 목표”라고 밝혔던 터. 몸에 맞는 공은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이 때문에 그의 반사신경이 공보다 먼저 반응하는 게 아닐까. 이영우는 규정타석을 채웠던 2001년 역시 단 1개도 몸에 맞는 공이 없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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