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수
새안경 쓴 뒤로 상승세 심정수
프로 14년차 ‘헤라클레스’ 심정수(32·삼성)는 아직 ‘타이틀’이 없다. 개인통산 홈런 3위(318개)로, 양준혁(1200점) 장종훈(1145점)에 이어 11일 현재까지 통산 998타점을 올렸지만 홈런·타점왕을 차지한 적이 없다. 2003년엔 53홈런·142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해를 보냈으나, 이승엽(56홈런·144타점)의 활약에 밀려 빛이 바랬다.
8월11일. 마침내 심정수 이름 석자가 홈런순위 맨 꼭대기에 올랐다. 7월에만 8개를 몰아쳐 선두를 위협하더니, 11일 대구 현대전에서 1-1이던 8회말 2사 1·2루에서 왼쪽담장을 넘기는 결승 3점홈런을 쏘아올렸다. 시즌 24호. 전날까지 공동선두였던 클리브 브룸바(현대)가 지켜보는 앞이었다.
이날 승리로 2007 서머리그 14승6패를 거둔 삼성은 남은 두 경기에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하고 상금 2억원을 챙겼다.
2005 시즌 삼성과 4년간 최대 60억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었지만, ‘최고연봉선수’는 오히려 심정수에게 부담이 됐다. 상대 투수들의 집중견제 속에 2005년 타율 0.275, 28홈런, 87타점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엔 무릎과 어깨를 다쳐 26경기밖에 나오지 못했다.
심정수는 2003년 라섹수술을 받은 뒤 밤에 물체가 번져 보이는 부작용을 겪었다. 이 때문에 야간경기 성적이 눈에 띄게 나빴던 그는 지난 6월 새 안경을 맞춘 뒤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 스스로도 “공의 회전이 보일 정도”라고 말한다. 4번 타자의 눈이 좋아진 덕분에 삼성은 승승장구하며 후반기 순위 싸움의 핵으로 자리잡았다.
이날 3타점을 올린 심정수는 77타점으로 2위 김태균(한화·72타점)과 격차도 5로 벌렸다. 타율 0.251가 믿기지 않는 활약이다. 심정수는 “홈런이 치고 싶다고 나오는 것은 아니다”며 “타점을 올리도록 더 노력하겠다”며 자신을 낮췄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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