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곤(27·KIA). 사진 기아 제공
“이제 슬슬 욕심이 나는데요.”
2002년 프로에 데뷔한 이현곤(27·KIA)이 지난해까지 거둔 타율은 0.258. ‘평범한’ 그도 한때는 ‘비범한’ 유망주였다. 이현곤이 고교 3학년이던 1997년, 최희섭(1루수·KIA)-송원국(2루수·은퇴)-이현곤(유격수)-정성훈(3루수·현대)으로 이뤄진 광주일고 내야진은 당대 최강이었다. 그해 광주일고는 황금사자기 준우승을 차지했고, 이현곤은 타격상을 손에 쥐었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기아에 입단한 뒤부터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미 팀엔 붙박이 유격수 홍세완이 있었고, 3루엔 정성훈, 2루엔 김종국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03년 정성훈이 현대로 떠나고 3루수 자리를 꿰찼지만, 2003년 타율 0.263에 92안타가 최고 성적이었다. 2004년엔 병역파동에 휘말렸고, 2005년 군입대 뒤 잊혀진 선수가 됐다.
지난해 시즌 중 팀에 복귀한 이현곤이 올 시즌 이렇게 눈부신 활약을 펼치리라고 예상한 이는 드물다. 소속팀 KIA가 끝없이 추락한 바람에 그의 기록도 주목을 덜 받고 있다. 14일 현재 타격 1위(0.346) 최다안타 1위(127개). 타격 2위 이숭용(현대·0.337), 최다안타 2위 양준혁(삼성·115개)과 차이도 크다.
비결은 그의 기록이 말해준다. 127개 안타 중 홈런은 고작 1개. “공 3개 정도를 뒤로 뺀” 효과를 보고 있다. 공 맞히는 지점을 뒤로 빼 공을 끝까지 보고 정확히 때릴 수 있게 노력한 결과다. 전 경기(99경기) 출장이 보여주 듯 겨울훈련으로 갈고닦은 체력도 빛을 발하고 있다. 올 시즌 4강 진출이 사실상 좌절된 꼴찌 기아의 마지막 자존심 이현곤이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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