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천
[36.5도 데이트] 통산 ‘최다경기 출장투수’ SK 조웅천
불펜 외길이 지금의 나 만들어
이제껏 수술 한번 해본적 없어
“실력 달려 못할때까지 던질것” 중간계투는 잘 해야 ‘본전’이다. 승리·마무리투수만 기억할 뿐, 사람들은 누가 중간에 나왔다 들어갔는지 모른다. 신문 ‘전적표’에도 중간계투는 기록되지 않는다. 앞선 투수가 지핀 불을 꺼야하기에 늘 긴장한 상태로 준비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SK 와이번스 조웅천(36)은 다르다. “마무리는 실패하면 끝입니다. 대신 우리(중간계투) 뒤엔 누가 있잖아요. 든든하고, 자신감같은 게 있습니다.” 그는 마운드에 오르기 전 불펜에서 공을 많이 던지지 않는다. “불펜에서 잘 던져봐야 체력만 허비하고 더 긴장하게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웅천이니까 가능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프로 17년차 조웅천은 올 시즌 700경기 출장 기록을 돌파했다. 투수 최다출장기록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게 쌓이고 쌓여 지난 3일 대구 삼성전에서 12년 연속 50경기 출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12년이면 1996년부터다. “1996년 시즌 끝나고 김재박 감독님이 부르시더니 내년 시즌부터 중간계투를 맡아달라고 하시더군요.” 당시만 하더라도 중간계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때였다. “저도 선발투수가 하고 싶었죠. 그런데 결국 그때 중간계투에 몸담은 게 지금까지 잘 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도 같네요.” 조웅천은 고2때까지 유격수였다 고3때 투수로 전향했다. “그때 잘해서 혹사당했다면 지금까지 던지지 못했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당시엔 연고팀에서 ‘포기각서’를 써줘야 다른 지역 팀으로 갈 수 있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해태(그는 순천상고를 나왔다)에서 그걸 써주지 않는 거에요.” 결국 1989년 태평양 돌핀스에 연습생으로 들어간 뒤 1990년 2차 지명으로 정식 입단했다. 그는 프로 데뷔 후 4시즌 동안 승리 없이 5패만 당했다. “1994년 시즌 끝난 뒤 연봉협상 담당자가 그러더군요. ‘넌 왜 짜를 만하면 가능성을 보이고 그러냐’고. 욱! 했죠. ‘내년 안 되면 내 스스로 옷을 벗겠다’ 다짐했어요.” 조웅천은 1995년 6월15일 수원 삼성전에서 프로 첫승을 거둔다. 극적이었다. 0-3으로 뒤진 1회 2아웃 이후 등판한 그는 5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마무리투수 정명원(현대 코치)이 무려 4이닝을 막아줬다. 조웅천의 몸엔 ‘칼자국’이 없다. “저 같은 연차에 수술 한번 받지 않은 선수는 없을 겁니다.” 출장에 지장을 줄만한 부상 한번 당한 적도 없다. 그는 “부모님께 건강한 몸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덕분인지 그는 올 시즌에도 1점대 평균자책을 유지하며 팀의 허리 역할을 백퍼센트 이상 해주고 있다. 5월23일 대구 삼성전에선 좌익수로도 뛰었다. 조웅천은 “김성근 감독님이 평소 제 수비실력을 유심히 본 것 같다”며 웃는다. “‘그게 무슨 프로냐’고 하지만,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 아닌가요? 평균 경기시간 2위도, 다양한 전력이 있으니까 가능한 것이구요.” 조웅천은 산전수전 다 겪은 팀 내 두번째 고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싱싱한 새내기같다. 쉬는 날에도 가족들과 나들이하는 걸 빼먹지 않는다. “그래야 의욕도 생기고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한다. “언제까지 던질 것 같냐?”고 물었더니 짧은 답이 돌아온다. “더 할 거에요.” “실력이 달려 못할 때까지 할테니 부상 걱정은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도 불펜을 지킨다.
인천/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이제껏 수술 한번 해본적 없어
“실력 달려 못할때까지 던질것” 중간계투는 잘 해야 ‘본전’이다. 승리·마무리투수만 기억할 뿐, 사람들은 누가 중간에 나왔다 들어갔는지 모른다. 신문 ‘전적표’에도 중간계투는 기록되지 않는다. 앞선 투수가 지핀 불을 꺼야하기에 늘 긴장한 상태로 준비돼 있어야 한다. 그런데 SK 와이번스 조웅천(36)은 다르다. “마무리는 실패하면 끝입니다. 대신 우리(중간계투) 뒤엔 누가 있잖아요. 든든하고, 자신감같은 게 있습니다.” 그는 마운드에 오르기 전 불펜에서 공을 많이 던지지 않는다. “불펜에서 잘 던져봐야 체력만 허비하고 더 긴장하게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조웅천이니까 가능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프로 17년차 조웅천은 올 시즌 700경기 출장 기록을 돌파했다. 투수 최다출장기록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게 쌓이고 쌓여 지난 3일 대구 삼성전에서 12년 연속 50경기 출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12년이면 1996년부터다. “1996년 시즌 끝나고 김재박 감독님이 부르시더니 내년 시즌부터 중간계투를 맡아달라고 하시더군요.” 당시만 하더라도 중간계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때였다. “저도 선발투수가 하고 싶었죠. 그런데 결국 그때 중간계투에 몸담은 게 지금까지 잘 던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도 같네요.” 조웅천은 고2때까지 유격수였다 고3때 투수로 전향했다. “그때 잘해서 혹사당했다면 지금까지 던지지 못했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당시엔 연고팀에서 ‘포기각서’를 써줘야 다른 지역 팀으로 갈 수 있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해태(그는 순천상고를 나왔다)에서 그걸 써주지 않는 거에요.” 결국 1989년 태평양 돌핀스에 연습생으로 들어간 뒤 1990년 2차 지명으로 정식 입단했다. 그는 프로 데뷔 후 4시즌 동안 승리 없이 5패만 당했다. “1994년 시즌 끝난 뒤 연봉협상 담당자가 그러더군요. ‘넌 왜 짜를 만하면 가능성을 보이고 그러냐’고. 욱! 했죠. ‘내년 안 되면 내 스스로 옷을 벗겠다’ 다짐했어요.” 조웅천은 1995년 6월15일 수원 삼성전에서 프로 첫승을 거둔다. 극적이었다. 0-3으로 뒤진 1회 2아웃 이후 등판한 그는 5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마무리투수 정명원(현대 코치)이 무려 4이닝을 막아줬다. 조웅천의 몸엔 ‘칼자국’이 없다. “저 같은 연차에 수술 한번 받지 않은 선수는 없을 겁니다.” 출장에 지장을 줄만한 부상 한번 당한 적도 없다. 그는 “부모님께 건강한 몸을 물려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덕분인지 그는 올 시즌에도 1점대 평균자책을 유지하며 팀의 허리 역할을 백퍼센트 이상 해주고 있다. 5월23일 대구 삼성전에선 좌익수로도 뛰었다. 조웅천은 “김성근 감독님이 평소 제 수비실력을 유심히 본 것 같다”며 웃는다. “‘그게 무슨 프로냐’고 하지만,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 아닌가요? 평균 경기시간 2위도, 다양한 전력이 있으니까 가능한 것이구요.” 조웅천은 산전수전 다 겪은 팀 내 두번째 고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싱싱한 새내기같다. 쉬는 날에도 가족들과 나들이하는 걸 빼먹지 않는다. “그래야 의욕도 생기고 스트레스도 풀린다”고 한다. “언제까지 던질 것 같냐?”고 물었더니 짧은 답이 돌아온다. “더 할 거에요.” “실력이 달려 못할 때까지 할테니 부상 걱정은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늘도 불펜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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