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가득염(38·SK·사진)이 자신에게 던진 화두는 이랬다. “나는 정말 은퇴를 해야 하는 것일까.” 이미 소속팀 롯데는 그에게 선수 은퇴 뒤 코치직을 제안한 터. 선수생활에 미련이 있던 그는 고민했다.
가득염이 택한 방법은 주위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선수는 ‘나는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다른 구단 코치들과 심판들에게 냉정하게 나 자신을 평가해달라고 부탁했고, 그들이 ‘아직은 괜찮다’고 말해줘서 용기를 얻었다.”
가득염은 결국 1992년 프로데뷔 때부터 줄곧 몸담고 있던 롯데로부터 방출을 당했고, 이후 김성근 감독 부름을 받고 SK에 새 둥지를 틀었다. 30일 현재 가득염의 시즌 성적은 1승 11홀드 평균자책 3.35. 중간계투 치고 평균자책이 다소 높은 이유는, 6월8일 기아전서 ⅔이닝 동안 4실점한 것 때문. 이 경기를 제외하면 평균자책은 2.43으로 내려간다. 김성근 감독이 “가득염이 없었으면 팀이 어떻게 됐을까”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현재 SK 불펜진의 든든한 왼쪽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 후배 투수들을 다독이는 것도 팀내 최고참인 그의 몫이다.
가득염은 30일 수원 현대전서 지난 시즌 후 은퇴를 선택했으면 이루지 못했을 대기록을 달성했다. 팀 동료 조웅천(751경기)에 이어 투수로는 통산 두번째로 700경기 등판고지에 오른 것. 가득염은 “원래 생각을 안했는데 막상 하고 나니 기분이 좋다”는 소감을 밝혔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살이 되는 가득염의 앞으로 각오는 어떨까. “내년에도 내 몸관리를 잘해서 체력이 뒷받침되고 스피드가 줄지 않는 이상 열심히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나 스스로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 아직도 나이는 그에게 숫자일 뿐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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