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홈구장 ‘맞춰잡기’ 딱…화합·격려 분위기도 한몫
2005년 7월 초, 광주구장에는 다니엘 리오스(34)를 트레이드시키려는 기아 구단에 분노한 기아 팬들의 현수막이 걸렸다. 리오스는 기아에서 3년 넘게 뛰며 ‘전라도 용병 이오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2005년 다승왕(17승8패)에 오른 성적도 성적이지만 그의 성실함이 팬들을 더욱 사로잡았다. 20일 12년 만에 선발 20승을 기록한 리오스를 바라보는 기아 팬 마음은 그래서 더욱 허탈할 것 같다. 그러나 리오스는 두산과 ‘궁합’이 맞아 떨어졌고, 선발 20승으로 이어졌다.
우선 두산 홈구장인 잠실구장이 리오스에게 딱 어울렸다. 잠실은 좌-우 100m, 중앙 12로 국내에서 가장 큰 구장이다. 이는 맞춰잡는 피칭을 하는 리오스와 딱 맞는다. 리오스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커브와 싱커를 거의 던지지 않는다. 좌우로 변하는 슬라이더가 주무기다. 홈런을 많이 허용할 수 밖에 없는 구질이다. 하지만 드넓은 잠실구장에 서면 상황은 달라진다. 역대 21차례 완투 가운데 잠실에서 10차례를 기록한 것만 봐도 그렇다. 3년 넘게 안방으로 사용한 광주구장에선 완투가 2차례에 불과하다.
리오스는 또 두산의 팀 분위기와 잘 어우러졌다. 사실 리오스는 다혈질 성격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화합을 강조하는 두산의 팀 분위기에 리오스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20일 경기에서도 리오스는 동료들의 호수비가 나올 때마다 마운드에서 박수를 치며 호응했고, 이닝이 끝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갈 때도 포수 채상병 등 동료들의 어깨나 엉덩이를 툭툭 쳐주며 격려했다.
20승 달성 뒤 리오스는 “20승은 내가 한 게 아니라 팀이 이룬 것이다. 오늘 2점으로 막은 것도 좋은 수비 덕분”이라며 동료들을 치켜세웠다. 특히 지난해와 달라진 점에 대해 “내가 달라진 것은 없다. 팀의 득점지원이 많아졌고 수비가 좋아져 20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경문 감독은 여기에 화답이라도 하듯 “더이상 바랄 것이 없는 선수”라며 리오스를 극찬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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