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리오스(35·두산)
“역시 어려운 기록이네요.”
두산 다니엘 리오스(35)의 퍼펙트경기가 일보직전에서 무산되자, 야구인들 입에선 한결같이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리오스는 3일 잠실 현대전에서 9회 1사까지 퍼펙트 투구를 펼쳤지만 현대 강귀태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대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그러나 국내 프로야구 26년 역사상 퍼펙트 행진이 9회 1사까지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최고기록은 황규봉(삼성)이 1982년 삼미를 상대로 9회 무사까지 퍼펙트경기를 펼친 적이 있다. 이어 송진우(한화)가 빙그레 소속이던 1991년 대전구장에서 열린 해태와 한국시리즈 3차전 때 8회 2사까지 ‘완전경기’를 벌였다. 그러나 내야수들이 평범한 파울 뜬공을 미루다가 놓친 뒤 볼넷과 연속안타를 맞고 역전패 멍에까지 썼다.
같은 팀 정민철은 1997년 5월2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OB(현 두산)전에서 8회 1사까지 퍼펙트 기록을 이어갔다. 그러나 심정수에게 스트라이크 낫아웃 출루를 허용해 땅을 쳤다. 포수 강인권이 공을 잡았다면 국내 프로야구 전대미문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이후 정민철은 나머지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며 노히트노런 기록을 세웠다.
퍼펙트경기는 131년 전통의 메이저리그에서 17차례, 70년 역사의 일본에서 15차례 밖에 나오지 않은 드문 기록이다. 미국에선 8년에 한번, 일본에선 5년에 한번 꼴로 나왔지만 국내에선 26년 동안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아 더욱 희귀한 기록이 됐다.
한편 리오스는 퍼펙트경기는 놓쳤지만 시즌 22승을 달성하며 의미있는 이정표를 남겼다. 시즌 22승은 1990년 선동열(당시 해태) 이후 무려 17년 만의 일이다. 또 선발 22승은 1983년 장명부(당시 삼미)의 28승(시즌 30승)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 지금까지 2위는 1985년과 1987년 김시진(당시 삼성)이 두차례 작성한 21승이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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