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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없으면 구단의 하루도 ‘올스톱’

등록 2007-10-05 20:19수정 2007-10-05 23:13

그들이 없으면 구단의 하루도 ‘올스톱’
그들이 없으면 구단의 하루도 ‘올스톱’
프로야구 매니저들의 24시
#1. 2003년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리기 직전, SK 숙소였던 서울 워커힐호텔에서는 조범현 감독(현 KIA 코치) 유니폼 실종사건이 있었다. SK는 당시 워커힐 세탁비가 비싸 인천 쪽에 있는 업소에 유니폼 세탁을 맡기고 있었는데, 조 감독이 전날 유니폼을 늦게 내놓는 바람에 중간에 사라져버린 것. 뒤늦게 워커힐에서 유니폼을 천호동에 맡긴 것을 안 손차훈 매니저(현 SK 운영팀)는 부랴부랴 젖어있는 세탁물을 찾아다가 호텔 쪽과 함께 말리는 소동을 빚었다. 경기시작 1시간30분 전에야 조 감독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2. 1990년대 중반. 당시만 해도 연봉이 적어 선수들은 먹거리를 전적으로 구단에 의존했다. 구내식당 밥도 변변치 않아 김태룡 매니저(현 두산 운영홍보부문장)는 종종 외부에서 음식을 사오곤 했는데, 하루는 역삼동에서 김밥 30줄을 사오다가 차가 너무 막혔다. 간신히 경기시작 30분 전에 잠실구장에 도착했지만, 그때까지 쫄쫄 굶은 선수들은 김 매니저를 원망의 눈으로 바라볼 뿐.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에잇~” 하면서 김밥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면서 험악한 분위기는 다소 진정이 됐다.

#3. 지난 8월 중순, 서울 숙소인 리베라호텔에 도착한 현대 선수단은 10여분 동안 로비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호텔 쪽에 예약상황이 잘못 전달되면서 입실이 지체된 것. 수원 안방경기를 마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원정을 왔건만, 숙소에 곧바로 들어갈 수 없었으니 선수들은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최창복 현대 매니저가 호텔 쪽과 얘기해 남아있는 방을 모조리 끌어모으면서 겨우 사태를 해결했지만, 만약 호텔이 꽉 찼었다면? 최 매니저는 “예약이 잘못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방이 없었으면 정말 날벼락이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먹고 입고 자고…모든것 챙기는 ‘엄마손’
스케줄 변동땐 40~50명에 일일이 전화
“정작 집안에선 빵점아빠 빵점남편”

프로야구단 매니저. 1년에 ⅔ 이상을 밖에서 생활하는 선수단의 의식주를 책임지는 그들은 야구단의 어머니 같은 존재이다. 숙소 예약은 물론이고, 선수단 먹거리를 고르고 세탁물을 책임진다. 운동선수들이기 때문에 먹고 자는 게 제일 중요해 침대 매트리스가 딱딱하다거나, 음식이 선수단 입맛에 맞지 않을 때는 호텔이나 식당 쪽과 실랑이를 종종 벌인다. 원정경기때 선수가 유니폼을 깜빡 하면 KTX나 고속버스 등을 이용해 공수작전을 펴기도 한다. 종종 물건을 깜빡 하는 모 구단 선수는 “매니저가 있으니 늘 안심”이라고 했다.

경기 시작 전에는 가장 먼저 그라운드로 나와 그날 스케줄을 확인하고, 경기가 끝나면 마지막까지 더그아웃이나 라커룸에 남아 선수들이 남겨놓은 물건이 없는지 점검한다. 다음날 스케줄이라도 변경되면 40~50명에 달하는 선수단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야만 한다. 김성근 감독 특성상 스케줄 변동이 많은 SK의 송태일 매니저는 “어떤 때는 하루 100통 이상 전화할 때도 있다. 전화를 안 받으면 정말 갑갑한데, 선수들에게 전화 안 받으면 벌금을 물리겠다고 협박한다”고 했다.

선수들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면 가장 먼저 해결사로 나서는 이도 매니저다. 김태룡 전 두산 매니저는 “파출소, 경찰서, 서부지검 등 안 가본 데가 없다”고 소회했다.

매니저의 업무는 외국 전지훈련을 갔을 때 더 늘어난다. 말이 잘 안 통해 선수들의 요구사항이 그만큼 많아지기 때문. “○○○는 어떻게 가야 해요?” “방에 화장지가 떨어졌어요” 등등 새벽까지 쉴새없이 매니저 방 전화기가 울린다. 때문에 훈련 일지 등을 짜다 보면 새벽 3~4시가 되기 일쑤다. 박보현 두산 매니저는 “매니저는 언제 어디서든 선수들의 불만을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형같은 존재”라고 했다.

하지만, “어떤 해는 꼽아보니 3일 정도 쉬었더라”는 손차훈 전 SK 매니저의 말처럼 프로야구단 매니저에게 개인 사생활이란 거의 없다. 김정균 두산 전 매니저는 “1년에 한달 정도를 제외하고는 선수단과 늘 함께 해야 했기 때문에 집안 대소사를 전혀 챙기지 못했고, 친구들도 만날 수 없었다. 매니저는 내 것을 버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했다. 1996년 2군 매니저를 시작으로 12년째 매니저를 하고 있는 최창복 매니저는 “집안에서는 빵점 남편, 빵점 아빠”라며 웃었다.

현재 프로야구 8개 구단 1군 매니저 중 선수출신은 모두 7명으로 6명은 야구선수, 1명은 농구선수(최창복 매니저) 출신이다. KIA 김명근 매니저만 관리직 출신이다. 김정수 삼성 매니저는 “예전에는 선수출신을 매니저로 기용하려 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선수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인지 선수출신 매니저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고교감독에서 SK 코치, 그리고 지금은 SK 매니저로 있는 송태일 매니저는 “힘들기는 하지만 야구공부도 많이 되고 선수단 생리를 잘 알게 된다”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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