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리기 전, 에스케이(SK) 한 팬이 1루 관중석 망 너머로 구단직원에게 박스를 뜯은 듯한 누런 종이를 건넸다. 이 종이에는 상대 선발 다니엘 리오스(35) 공략법이 적혀 있었다. “타석에서 직구면 직구, 슬라이더면 슬라이더 한 가지만 노려쳐라. 인터벌이 빠른 리오스의 호흡에 밀리지 말고 자신의 흐름으로 공격해라.” 에스케이는 올해 리오스에 1점 뽑기도 버거웠던 터(평균자책 0.23). 오죽 답답하면 팬이 직접 나섰을까.
열혈팬까지 나서고 에스케이 4번타자 이호준도 “쉬는 동안 리오스 공략법을 찾았다”며 호언장담했지만, 상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리오스는 에스케이 타자들이 2주 넘게 쉬어 타격감이 무뎌진 것을 감안해 직구 위주의 공격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직구 평균 스피드는 144~150㎞. 9회말에도 전광판에 149㎞가 찍혔다. 리오스가 던진 99개 투구를 살펴보면 직구 67개, 슬라이더 15개, 체인지업 7개, 커터 등 기타구질이 10개였다.
리오스를 상대로 출루에 성공한 에스케이 타자는 5명(4안타 1볼넷)뿐. 빠른 발을 가진 타자들이 출루하지 못하니 김성근 감독의 작전이 나올 수가 없었다. 또 리오스의 몸쪽공에 대비해 경기 전 테니스공으로 맞는 연습까지 했으나 빠른 공이 날아오니 피할 도리밖에 없었다. 에스케이는 결국 또다시 리오스 공략에 실패하며 올해 정규리그를 포함해, 리오스에게만 세 번째 완봉패를 당했다.
전체 한국시리즈 기록만 놓고 보면 2003년 한국시리즈 7차전(현대-SK) 현대 정민태 이후 통산 8번째 완봉승. 투구수 99개 완봉은 한국시리즈 최소투구 기록이다. 이전 최소투구는 1996년 해태와 한국시리즈 4차전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정명원(현대)이 던진 106개였다. 인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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