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1위팀 에스케이(SK)는 시즌을 끝낸 뒤 한국시리즈가 시작될 때까지 15일 가량을 쉬었다. 에스케이 김성근 감독이 우려한 부분이 바로 이 점이었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1차전이 열리기 전 “에스케이 선수들의 경기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려와 전망은 현실이 됐다. 1차전은 상대 선발 다니엘 리오스 때문에 이렇다할 득점기회가 없었지만, 2차전은 깊은 가을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에스케이 방망이가 답답할 따름이었다. 3점을 뽑아냈지만 1회 2사 1루와 5회 2사 후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터진 홈런 덕이었다. 에스케이는 2회 2사 2·3루, 4회 무사 2루, 6회 무사 1·2루 등 결정적인 기회에서 적시타가 터지지 않았다. 득점권 타율 제로(8타수 무안타). 에스케이는 5차례 선두타자가 출루했지만, 모두 점수로는 연결되지 못했다. 앞서갈 수 있던 분위기가 역전된 것도 승부처에서 꿀먹은 벙어리가 된 방망이 탓이 컸다.
반면, 전날 잔루가 12개나 됐던 두산은 득점상황서 점수를 뽑아내면서 에스케이를 압도했다. 두산 선수들은 철저하게 에스케이 선발 채병용의 바깥쪽 공을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고, 결국 고영민·채상병의 홈런과 이대수의 결승 2타점 적시타로 연결됐다.
에스케이의 올 시즌 팀타율은 0.264(전체 2위). 득점권 타율은 0.283으로 득점권에서 오히려 더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 여덟 구단 중 유일하게 팀득점(603점)이 600점을 넘기도 했다. 에스케이팬들은 비룡타선이 하루빨리 가을잠에서 깨어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인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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