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 우승의 힘은 무엇보다 김성근 감독이 표방한 ‘평등의 리더십’이다. 김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고참 중심 문화를 뜯어고쳤다. 박재홍·김재현·이진영 등 간판 선수들도 성적이 부진하면 어김없이 2군으로 내려보냈다. 그 사이 신진급 선수들이 부쩍 성장했다. 정근우·박재상·최정·김강민 등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마무리 정대현은 0점대 평균자책(0.98)에 25세이브를 올렸다. 6년차 선발 채병용도 데뷔 후 최고 성적인 11승을 일궜다.
지난 26일 4차전 승리의 주역 김재현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김)광현이는 오늘 남자인 내가 봐도 너무 멋있었다”며 이날 승리투수가 된 신인 김광현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처럼 선배는 후배를 존중하고, 후배는 선배를 존경했다. 그리고 팀은 하나로 똘똘 뭉쳤다.
사실 에스케이는 이번 시즌 외국선수를 빼면 변변한 전력 보강이 없었다. 지난 7월 올스타 팬 투표 때는 단 한 명도 ‘베스트 10’에 뽑히지 못했다. 김 감독은 평범한 선수들을 플래툰 시스템(주전 경쟁)으로 조련했다. 한국 시리즈 1·2차전을 패한 뒤 김재현의 진지한 훈련 모습을 보고 3번 타자로 기용해 역전 우승의 밑돌을 놓았다. 정규리그에서도 시즌 초엔 4번 타자가 날마다 바뀔 정도였다.
김 감독은 시즌 전 전지훈련 때부터 선수단에게 ‘프로정신’을 강조했다. “삼진 한 번 당하더라도 깊이 생각하라. 가족을 생각하라”고 했다. 또 유난히 기본기와 정신력을 중시했다. 에스케이는 안타를 치고 한 베이스씩 더 진루하는 야구를 했고, 반대로 상대에겐 2루타성 타구를 단타로 막았다. 공수에 걸쳐 활발히 ‘뛰는 야구’를 펼쳤다.
이만수 수석코치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팀의 소금 같은 존재였다. 시즌 중 만원 관중 앞에서 선보인 ‘팬티 뒤풀이’로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고, 다소 권위적인 김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 윤활유 구실을 했다. 에스케이의 ‘이기는 야구’에, 지는 데 더 익숙했던 인천 팬들은 열광했고 관중은 크게 늘었다. 그리고 마침내 인천에 우승의 뱃고동 소리가 퍼져나갔다. 인천/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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