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2007 한국의 SK 와이번스 대 일본의 주니치 드래곤스의 경기가 열린 8일 오후 도쿄돔에서 선발로 나선 SK 김광현이 역투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에서 SK 와이번스를 우승으로 이끈 투.타 영웅 김광현(18)과 김재현(32)이 아시아 4개국 챔프결정전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도 맹위를 떨쳤다.
김광현과 김재현은 8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챔피언 주니치 드래곤스와 예선 1차전에서 각각 6⅔이닝 1실점 호투와 2루타 2방 등 4타수 2안타, 1타점 3득점 맹타로 SK의 수비와 공격을 주도하며 한국 프로팀이 이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일본 프로팀을 꺾는 데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시즌 성적 3승7패, 평균자책점 3.62에도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 깜짝 선발로 나서 7⅓이닝 동안 삼진 9개를 솎아내며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 막아 승부의 흐름을 SK쪽으로 완전히 돌려 놓았던 좌완 김광현은 이날 선발로 나서 일본 챔피언 주니치 강타선을 맞아 힘있는 투구로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제구력은 썩 좋지 않았지만 최고 구속 148㎞짜리 직구를 앞세워 물집 부상으로 7회 2사 1루에서 내려갈 때까지 주니치 타선을 단 3안타 무실점으로 봉쇄하고 삼진은 5개를 낚았다.
바통을 이어 받은 조웅천이 대타 이노우에 가즈키에게 투런포를 맞아 실점을 기록하긴 했어도 100점을 줘도 아깝지 않은 호투였다.
1회 1사 1, 3루, 4회 무사 2루, 5회 1사 2루 등 실투 하나면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고비가 연속 닥쳤으나 김광현은 그 때마다 생글생글 미소 짓는 여유를 보이며 후속 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특히 1회 1사 1,3루에서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 나카무라 노리히로를 바깥쪽 변화구를 던져 유격수 병살타로 제압하면서 김광현은 큰 자신감을 얻었다. 타점 높은 슬라이더와 직구로 그는 주니치 타선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눌렀다.
김광현은 한국프로야구 대선배인 이병규(33.주니치 드래곤스)와 세 차례 대결해 2회 삼진, 4회 유격수 땅볼, 7회 1루 땅볼로 잡아내며 녹록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김성근 SK 감독은 대회 직전 4개국 감독 인터뷰에서 "김광현을 주목하라"며 큰 기대감을 공개적으로 표시했고 패기로 똘똘 뭉친 김광현은 포수 박경완과 농익은 호흡을 과시하며 국제 무대에서도 기대에 크게 부응, 장차 한국 마운드를 책임질 대들보다운 내용을 선사했다.
은퇴 갈림길에 섰던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348(23타수 8안타)을 때리고 결정적인 홈런 2방에 4타점을 올리며 최우수선수(MVP)로 우뚝 선 김재현도 주니치에서 가장 컨디션이 좋다는 나카타 겐이치를 상대로 '캐넌히터'의 매서운 맛을 확실히 선보였다.
이날 주니치 우완 선발 나카타는 14승8패로 팀 최다승을 거뒀고 한신과 플레이오프 2차전, 요미우리와 일본시리즈 진출전 3차전, 니혼햄과 일본시리즈 2차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둔 에이스 중 에이스.
3번 지명 타자로 출전한 김재현은 1회 3루 땅볼에 그쳤으나 4회 선두 타자로 나와 볼 카운트 0-2에서 나카타의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좌선상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1사 2루에서 이진영의 빗맞은 2루 땅볼 때 홈을 파고드는 기민한 주루 플레이로 귀중한 선취점을 올렸다.
기세가 오른 김재현은 6회 무사 1루에서는 다시 나카타의 몸쪽 직구를 잡아 당겨 우중간을 가르는 깨끗한 2루타로 조동화를 홈으로 불러 들였고 다시 이진영의 중전 안타 때 득점했다.
그는 7회 몸 맞는 볼로 출루한 뒤 폭투 때 홈을 다시 밟는 등 결승점과 쐐기점을 동시에 올리며 LG 시절 동료 이병규와 중심 타선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전성기 못지 않은 빠른 스윙 스피드로 일본에서도 최고로 정평이 난 나카타의 몸쪽, 바깥쪽 직구를 밀고 당기면서 일본 야구팬에게도 존재감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경기 뒤 김재현은 "코나미컵에서 몇 년간 한국 팀의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주니치를 꼭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한국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보답이 된 것 같아 상당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또 19살 새내기 김광현은 "이런 기회를 주신 김성근 감독님에게 감사를 드린다"며 "오늘 실투도 있었는데 주니치 타자들의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것 같다. 다음에는 더욱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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