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신청자 전원 잔류…2연패 도전
9일 인하대 대강당은 북적였다. 창단 8년 만에 팀을 우승시킨 SK 선수단과 500여 팬들이 한데 섞여 있었다. 팬들은 자유롭게 선수들로부터 사인을 받고, 사진도 찍었다. 장소가 좁아 많은 팬들이 초대되지 못한 게 다만 아쉬울 따름이었다.
한국시리즈 우승 영상 상영과 신영철 사장과 김성근 감독의 인사말이 끝난 뒤, 깜짝 이벤트가 펼쳐졌다.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신청을 했던 4번타자 이호준(32)과 불펜 베테랑 조웅천(36)이 계약을 마치고 무대로 함께 들어선 것. 축하 승리 연회(축승연) 직전 이호준은 4년 최대 34억원(계약금 10억원, 연봉 5억원, 옵션 4억원), 조웅천은 2년간 옵션 포함 8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둘 모두 우선협상기간때보다 더 후한 대우를 받았다. 당초 이호준은 4년 최대 30억원, 조웅천은 1+1년 최대 8억원을 제시받았다.
롯데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했던 이호준은 “처가가 있는 인천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다. 팬들이 있어 내가 있기 때문에 차마 인천을 떠날 수 없었다”고 했다. 조웅천도 “협상기간 동안 팬들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보여준 사랑에 눈물이 났다. 내년이면 인천에 온 지 20년이 되는데, 프로 시작을 인천에서 했으니 끝도 인천에서 하겠다”고 말해 대강당에 모인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SK는 자유계약신청자를 모두 잔류시킴으로써 내년 시즌 별다른 출혈없이 2연패에 도전하게 됐다.
이들의 계약은 팬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이기도 했다. 그동안 SK팬들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우선협상기간 때 계약하지 못한 이호준과 조웅천을 꼭 잡아달라며 구단에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이에 SK는 타구단과 계약기간이 끝난 8일부터 곧바로 협상에 들어가 9일 기어이 축승연 무대에 그들을 세웠다. SK가 올시즌 내내 추구해온 스포테인먼트는 축승연 자리에서 대미를 장식한 것이다.
인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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