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관 감독
[36.5도 데이트] 중학야구대회 우승 ‘지도자상’ 받은 화순중 김부관 감독
교교시절 부상으로 선수 꿈 접어 “제자들 키워내는게 가장 큰 보람”
10일 저녁, 대한야구협회가 주최한 ‘2007 야구인의 밤’ 행사에서 한 시골 중학교 야구감독이 상을 받았다. 해마다 아마추어 최고 지도자에게 주는 ‘김일배 지도상’이다. 주인공은 전남 화순중학교 김부관(43) 감독.
그는 살아온 날의 절반 이상을 야구 불모지 화순에서 어린 선수들과 흙먼지를 마시고 있다.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던 1984년 4월부터 화순에 첫발을 내디딘 뒤 화순초등에서 2년, 화순중에서 21년을 보내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 여름 30년 야구인생에서 가장 가슴 찡한 경험을 했다. 화순중학교가 제54회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에서 야구명문 마산동중·경주중·세광중을 줄줄이 콜드게임으로 물리치고 4강에 오르더니, 준결승에서 광주 동성중을 연장 끝에 2-0, 결승전에선 대구중을 손에 땀을 쥐는 접전 끝에 4-3으로 누리고 정상에 오른 것이다. 중학야구선수권은 과거 청룡기에서 중학부 대회가 분리된 가장 권위있는 대회. 그는 우승 뒤 “한을 풀었다”고 했다. 그가 품은 한은 설움과 냉대였다.
광주가 고향인 그는 중·고교 때부터 ‘떠돌이 인생’이었다. 전남중 2학년 때 광주 진흥중으로 전학했다. 진흥고에 진학해 1학년 때 황금사자기 준우승을 맛봤지만 당시 주역은 ‘까치’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1년 선배 김정수(전 해태 타이거즈 투수)였다. 그는 팔꿈치 부상으로 제대로 던지지도 못했고, 결국 신생팀 목포 영흥고로 다시 전학가야 했다. “제대로 치료도 못하고 선수생활을 접을 수밖에 없었어요.”
자신이 어린 시절 받았던 상처가 너무 컸던 탓일까?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늘 상처가 가지 않도록 배려하려 애쓴다”고 했다. “사춘기 애들이잖아요. 자존심 상하지 않게 조용히 불러 ‘남자 대 남자’로 얘기하죠.” 선수들 ‘눈높이’에 맞추다보니 벽이 허물어졌고, 훈련 능률도 올랐다.
사실 화순에선 선수가 부족하다. 그는 “광주에서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구걸하다시피 스카우트해 키운다”고 했다. 그런데도 전남지역에선 대적할 팀이 없고, 전국대회 8강 수준까지는 올려놓았다. 제자들은 고스란히 화순고에 진학해 올해만도 대통령기 4강과 미추홀기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한화에 지명된 신해수, 청소년대표 김선빈 등이 제자들이다. 김 감독은 “제자들이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프로팀 가는 걸 보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며 활짝 웃었다.
글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화순중 제공
중학야구대회 우승 ‘지도자상’ 받은 화순중 김부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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