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사진 연합뉴스
출국인터뷰 “선발로 뛰는게 목표”
첫 마디가 “마치 1994년 다저스 입단했을 때 같다”였다. 엘에이(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을 때가 스물 한살. 초청선수 자격으로 다저스 캠프에 참가하는 내년, 그는 서른 네살이 된다. 처음 시작했던 그 자리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메이저리그 재진입을 노리는 박찬호는 “과거에는 젊음이 있어 잘하든 못하든 도전하는 데 의미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노장으로서 성적으로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라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과거와 달리 아는 것이 많기 때문에 가는 길이 외롭거나 힘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에머랄드홀. 과거와 달라진 박찬호가 있었다. “아내가 결식아동을 돕는 요리책을 쓰는데 하루가 더 필요하다고 해서 출국날을 바꿨다. 스케줄이 바뀌어 죄송하다.” 먼저 양해를 구한 뒤 시작된 출국인터뷰에서 박찬호는 “구원투수보다는 선발투수로 뛰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면서 “내년 시즌은 미국에서의 야구인생 수명을 그릴 수 있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잘했는데도 메이저리그 자리가 보장되지 않으면 다른 팀으로 갈 수 있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박찬호는 자신이 원할 경우 방출을 시켜주는 조건으로 다저스와 계약했다.
일단 박찬호의 목표는 2월 말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시작되는 스프링캠프에 올인해 자신의 실력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 박찬호는 이를 위해 “1월 후반이나 2월 초반에는 남가주대학 등에서 타자를 상대로 시뮬레이션 경기를 하면서 공을 던질 수 있는 완벽한 몸을 만들고 스프링캠프에 참가할 것”이라고 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을 가볍게 하는 대신 유산소 운동과 아마추어 때 했던 근력운동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체력훈련 프로그램에도 변화를 줬다.
2008 베이징올림픽 예선에서 만난 선동열 삼성 감독의 조언에 따라 투구폼도 약간 손질한다. “예전에는 킥을 할 때의 속도로 밸런스를 맞춘다든지 했는데, 선 감독께서 오른쪽 중심 생각을 많이 하라고 조언해주셨다. 킥을 한 뒤 오른쪽 중심에 의식을 두니 투구폭이 넓어져서 체중을 앞으로 싣는데 도움이 됐고, 체중이 실리니 파워도 더 생겼다.” 26일 출국한 박찬호는 연말까지 휴식을 취한 뒤 1월부터 개인훈련을 시작한다.
한편, 박찬호는 서재응 최희섭(이상 KIA) 등의 국내복귀에 대해 “그들이 국내야구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은 있다”며 메이저리그 후배들의 국내무대 성공을 바랐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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