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도곡동 한국야구위원회(KBO)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상우 총재가 현대 유니콘스 인수와 관련해 “세부적인 협상절차가 마무리되면 KT와 함께 8개 구단이 내년 프로야구에 참여하게 된다”며 실무협상 개시를 공식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상우 총재 “매각대금 없어…KT에 발전기금 기대”
국내 최대 통신업체 KT가 프로야구 창단을 추진하기로 했다.
KT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야구단 창단을 위한 실무협상을 개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서울을 연고로 내년 시즌 정규리그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하며, 내년 1월 중 이사회를 거쳐 법인설립을 하기로 했다. 구장은 목동을 사용하게 되며, 현재 서울시가 53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창단 배경에 대해 “민영 3기를 맞아 본격적인 미디어엔터테인먼트기업으로 고객과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필요했고, 재계 7위 그룹으로서의 사회적 책임도 그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1996년 출범한 현대 야구단은 올 시즌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고, 내년 시즌 프로야구는 다시 8개 구단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현대는 태평양 돌핀스를 430억원에 인수했지만, 파산 직전에 처해있는 바람에 매각대금은 한 푼도 챙기지 못하게 됐다.
KT 창단 비용은 1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신상우 KBO 총재는 “매각 대금은 없고, KT가 발전기금(가입금)으로 60억원 이상 성의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야구위원회는 은행으로부터 지급보증을 받아 올해 120억원의 현대 운영비용을 충당해왔는데, 이 금액의 절반 정도를 KT쪽에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야구위원회도 이사회와 구단주 총회를 열어 KT 프로야구 창단 절차를 밟아갈 예정이다.
하지만 과제도 있다. 현대가 미납한 서울연고지 이전비용(54억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LG와 두산이 27억원씩의 비용을 포기할 것인가이다. 때문에 이사회와 구단주 총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과거 프로농구단 창단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경험이 있는 KT가 야구단 창단을 반대하고 있는 사외이사 등의 여론을 어떻게 설득해 이사회에서 안건을 통과시키느냐는 숙제도 있다.
권오상 기자 kos@hani.co.kr
현대 헐값이라도 넘긴 이유는… “돈 먹는 하마” 그룹들 구단운영 매력 잃어 두산이 자유계약선수(FA) 김동주에 제시한 몸값은 4년 62억원이었다. 그러나 프로야구단 창단에 뛰어든 케이티(KT)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내는 가입금은 대략 60억원. 해체 뒤 재창단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60억원은 현대 유니콘스 인수대금이나 마찬가지라서 야구계 일각에서는 “선수 한 명 몸값보다 구단 하나 값이 더 적을 수 있냐”는 논란이 흘러나오고 있다. 역대로 보면 현대는 1996년 태평양 돌핀스 인수 때 430억원을 지급했고, 기아(KIA)는 2001년 해태 타이거즈를 210억원에 인수했다. 케이티처럼 쌍방울 레이더스 해체 뒤 재창단 형식을 택했던 에스케이(SK)도 2000년 250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케이티는 별도의 매각대금이나 보상금 없이 가입금 60억원으로 야구단 창단은 물론 서울 입성까지 승인됐다. 헐값론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냉철하게 프로야구 현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야구위원회가 올해 현대에 빌려준 비상운용자금(130억원)에서 알 수 있듯이, 프로야구단은 매년 150억원 이상을 운영자금으로 쓴다. 그러나 수익은 많지 않아서 1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매년 발생한다. 올 시즌 프로야구 관중수입은 8개 구단 통틀어 봐야 165억원(최다관중수입은 LG로 39억원)밖에 안 됐다. 볼거리가 없던 예전에는 국민의 관심이 프로야구에 쏠려 있어 그룹들은 야구단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볼거리도 많아졌고, 그룹 홍보수단도 다양해졌다. 스포츠를 대체할 만한 상품들(영화·게임)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룹들이 매년 100억원 이상을 먹어치우는 ‘돈먹는 하마’ 야구단을 운영할 명분이 없어졌다고 하겠다. 한국야구위원회가 구걸하듯이 농협·에스티엑스·케이티에 매달리며 현대 인수를 추진할 수밖에 없던 이유 중 하나다. 현대가 헐값에 팔렸다고 분개할 것이 아니라, 왜 헐값에 팔릴 수밖에 없었는지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위기의식을 갖고 곰곰이 되새겨볼 때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 매각 올해 주요 일지
현대 헐값이라도 넘긴 이유는… “돈 먹는 하마” 그룹들 구단운영 매력 잃어 두산이 자유계약선수(FA) 김동주에 제시한 몸값은 4년 62억원이었다. 그러나 프로야구단 창단에 뛰어든 케이티(KT)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내는 가입금은 대략 60억원. 해체 뒤 재창단이라는 형식을 빌렸지만, 60억원은 현대 유니콘스 인수대금이나 마찬가지라서 야구계 일각에서는 “선수 한 명 몸값보다 구단 하나 값이 더 적을 수 있냐”는 논란이 흘러나오고 있다. 역대로 보면 현대는 1996년 태평양 돌핀스 인수 때 430억원을 지급했고, 기아(KIA)는 2001년 해태 타이거즈를 210억원에 인수했다. 케이티처럼 쌍방울 레이더스 해체 뒤 재창단 형식을 택했던 에스케이(SK)도 2000년 250억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케이티는 별도의 매각대금이나 보상금 없이 가입금 60억원으로 야구단 창단은 물론 서울 입성까지 승인됐다. 헐값론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냉철하게 프로야구 현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야구위원회가 올해 현대에 빌려준 비상운용자금(130억원)에서 알 수 있듯이, 프로야구단은 매년 150억원 이상을 운영자금으로 쓴다. 그러나 수익은 많지 않아서 1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매년 발생한다. 올 시즌 프로야구 관중수입은 8개 구단 통틀어 봐야 165억원(최다관중수입은 LG로 39억원)밖에 안 됐다. 볼거리가 없던 예전에는 국민의 관심이 프로야구에 쏠려 있어 그룹들은 야구단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볼거리도 많아졌고, 그룹 홍보수단도 다양해졌다. 스포츠를 대체할 만한 상품들(영화·게임)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룹들이 매년 100억원 이상을 먹어치우는 ‘돈먹는 하마’ 야구단을 운영할 명분이 없어졌다고 하겠다. 한국야구위원회가 구걸하듯이 농협·에스티엑스·케이티에 매달리며 현대 인수를 추진할 수밖에 없던 이유 중 하나다. 현대가 헐값에 팔렸다고 분개할 것이 아니라, 왜 헐값에 팔릴 수밖에 없었는지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위기의식을 갖고 곰곰이 되새겨볼 때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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