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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야구? 몰라도 재밌구먼

등록 2008-04-20 18:11수정 2008-04-20 19:52

<불타는 그라운드> 제작진이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박재홍 선수
<불타는 그라운드> 제작진이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박재홍 선수
OBS 경인TV ‘불타는 그라운드’
투수 코앞…더그아웃…선수숙소…안가는 데 없는 카메라
SK구단과 손잡고 밀착방송
3회분 나가자 온동네 들썩

인천 사람들에게 프로야구는 ‘상처’다. 첫 정을 준 삼미 슈퍼스타즈는 해체됐고, 청보 핀토스와 태평양 돌핀스는 부진 끝에 쓸쓸히 퇴장했다. 현대 유니콘스는 잘나갔지만 서울로 가겠다며 인천을 등졌다. “안 되는 팀만 인천 오고, 잘나가면 인천 뜬다”는 말이 생겼다. 2000년 새롭게 둥지를 튼 에스케이 와이번스가 간난신고를 거쳐 지난해 우승을 했는데도 팬들은 뜻밖에 덤덤하다. 문학경기장에서 만난 한 관중은 “잘 한다길래… 얼마나 잘하는지 한 번 보려고 왔다”고 했다. 대놓고 ‘우리 편’ 소리 안 하는게 이 지역 정서다.

인천이 연고지인 또하나의 ‘구단’ 오비에스 경인티브이가 에스케이 와이번스에 손을 내밀었다. “덕 아웃, 감독·스태프·선수 대기실, 원정경기 숙소, 선수들의 집 대문까지 열어달라.” 선발 등판하는 투수 코 앞까지 카메라를 들이대겠다는 얘기다. ‘경기력’을 염려해 망설이던 구단이 손을 마주잡았다. 그렇게 인천 프로야구단 속으로 들어가 찍은 국내 첫 스포츠 다큐멘터리 시리즈 <불타는 그라운드>(OBS 목 밤 10시)가 지난 3일 첫 선을 보였다.

■ 뜨거운 덕아웃 속으로=중계 카메라가 그라운드의 ‘공’에 집중하는 동안 <불타는 그라운드>의 카메라는 덕아웃에 앉아 관찰일지를 적는 학생마냥 메모를 해대는 포수 정상호를 비춘다. 스타 타자 김재현에게선 날렵한 타격 모습 대신 “타석에 섰을 때 관중석에서 통닭 냄새가 나면 나도 여길 벗어나 통닭 먹으면서 야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고백을 담는다. ‘호랑이’ 김성근 감독의 명성은 “그게 프로가? 니들이 그만한 실력이 있나?”라고 호통 치는 딱 한 장면만 봐도 실감이 나고, 매 경기 바뀌는 라인업 때문에 경쟁이 극심하다는 소문은 긴장하는 외야수들의 표정에서 눈치챌 수 있다. 군 복무 뒤 2년7개월만에 그라운드에 선 타자 채종범이 경기 전 이를 악무는 모습을 보면, 그가 그라운드에서 신들린 듯 슬라이딩하는 모습이 눈에 콕 들어와 박힌다.

야구를 몰라도 <불타는 그라운드>를 볼 수 있고, <불타는 그라운드>를 보면 야구가 가깝게 느껴진다. 전동철 피디는 “우승하는 야구단 이야기가 아니라, 매순간 크고 작은 도전을 해야 하는 ‘우리들’ 이야기를 하려 한다”고 했다.

경기장으로 가는 제춘모 선수(왼쪽), 팬 사인회를 끝낸 김광현 선수(오른쪽)를 촬영하고 있다.
경기장으로 가는 제춘모 선수(왼쪽), 팬 사인회를 끝낸 김광현 선수(오른쪽)를 촬영하고 있다.
■ 달아오르기 시작한 분위기=3회까지 방송하면서, 조용하던 오비에스 게시판이 <불타는…>에 대한 격려와 환호로 들썩거리고 있다. “브이오디로 빨리 볼 수 있게 해달라”는 닦달도 눈에 띈다. 네이버 스포츠와 에스케이 와이번스 누리집에서 동시 생방송하는 프로그램의 접속자 수는 매회 두 배씩 뛰고 있다.

한편에선 “인기는 나중이고, 우선 이겨야 한다”고 여기는 구단과 “선수들 속으로 더 깊숙히 들어가겠다”고 작심한 제작진 사이의 예견된 줄다리기도 시작됐다. 지난 겨울 전지훈련부터 함께해 제작진과 ‘호형호제’하는 사이고,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카메라에 제법 익숙해진 선수들이지만 패전 투수의 쓸쓸한 독백까지 챙기려는 ‘방송쟁이’들의 근성까지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전 피디는 “선두 다툼이 치열해질 수록 선수들이 더 날카로워질텐데, 경기에 영향을 안 주면서 솔직한 이야기를 끌어낼 일이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 불타는 그라운드 밖으로=구단과 제작진이 한마음인 대목도 있다. 박철영 코치는 “방송에서 주전보다 2군 선수들 고생하는 이야기를 많이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제작진 역시 시즌 중반쯤 2군 선수들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 볼 참이다. 전 피디는 “1군이 1만원짜리 밥을 먹을 때 2천~3천원짜리 밥을 먹는 2군 선수들의 구슬땀과, 그들을 도우려 정성을 모으는 팬들 이야기 등 점점 소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 어느 해보다 구단별 ‘성적 양극화’가 심한 까닭에 시즌 초반인데도 에스케이는 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꼽히고 있다. 10월까지 방송할 예정인 <불타는 그라운드>의 방송 기간 역시 에스케이 와이번스의 성적에 달렸다.

글 이미경 <씨네21> 기자 friendlee@cine21.com,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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