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한화)이 2일 두산전서 시즌 20호 홈런을 때려내고 있는 모습. 김태균은 올시즌 생애 첫 홈런왕을 노리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김머쓱’…‘김해결’…‘김도망’…
빼어난 실력·엉뚱한 행동에 팬들 ‘별명짓기 놀이’ 유행
빼어난 실력·엉뚱한 행동에 팬들 ‘별명짓기 놀이’ 유행
볼카운트 2-2. 다음 볼이 볼로 판정되자 볼카운트를 착각했는지 1루로 걸어가려다 순간 멈칫한다. 누리꾼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곧바로 자판놀이가 시작된다. 일명 ‘김태균 별명짓기 놀이’. ‘김머쓱’, ‘김착각’, ‘김회군’ 등등 이날만 김태균(26·한화)에게 10여개가 넘는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별명이 붙다 보니 온라인상에서 김태균의 별명은 300개 이상이다. 0.1톤이 넘는 우람한 몸에서 튀어나오는 엉뚱한 말과 행동, 그리고 빼어난 야구 실력이 누리꾼들의 시선을 끌어모으면서 ‘별명짓기 놀이’는 어느새 야구팬들의 즐거운 취미로 자리 잡았다.
온라인상에서는 ‘별명왕’이지만 오프라인, 즉 그라운드 위에서 그는 거칠 것 없는 홈런왕이다. 김태균은 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5회말 솔로포를 터뜨리며 올 시즌 8개 구단 선수 최초로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3일에도 1회말 우월 투런포(시즌 21호)를 터뜨렸다. 홈런 공동 2위 클락(한화), 가르시아(롯데·이상 17개)와는 4개 차이. 타점(67개)도 현재 1위를 질주 중이다. 데뷔 시절 ‘소년 장사’라는 별명으로 이승엽(요미우리)을 이을 거포라는 찬사를 받았던 그가 비로소 거포 본능을 맘껏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김태균은 “홈런, 타점 등 아직 개인 타이틀에 대한 욕심은 없다”고 말한다. 지난 시즌 중반까지 홈런·타점 등에서 1위를 달리다가 후반기에 추락했던 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때 욕심을 부리니까 오히려 성적이 더 떨어졌다”는 그는 “마음을 비우고 타석에 들어서니 좋은 결과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자세로 시즌을 마치겠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는 홈런의 기복이 심했던 반면 올해는 꾸준하게 홈런이 나오는 게 고무적이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보름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타석에 들어서는 김태균. 짧아진 머리보다 더 날카로운 스윙으로 생애 첫 홈런왕과 타점왕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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