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문학구장은 오후 3시30분까지 한가했다. 여느 때처럼 오후 1시30분께 시작되는 특타도 없었고, 기본적인 달리기나 타격훈련, 수비훈련조차 없었다. 그라운드에 처음 모습을 보인 이들도 방문팀인 삼성 선수들이었다. 안방 주인인 에스케이(SK) 선수들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서서히 그라운드 위에 나타났다.
훈련이 시작된 것은 오후 4시23분. 원래 훈련 예정 시각은 오후 4시30분이었는데, 팀고참인 김원형이 기다리다 못해 선수들을 재촉했다. 졸지에 라커룸에서 자장면을 먹던 이진영은 훈련에 3분 늦었다.
훈련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스트레칭 도중 김원형이 이날 처음 1군에 올라온 포수 윤상균을 선수단에 소개하자 환영의 박수가 나왔고, 전날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친 신고선수 권영진에게도 박수가 쏟아졌다. 1위팀다운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선수들은 스트레칭 후 간단한 캐치볼을 하는 것으로 훈련을 마무리했다. 8개 구단 최고의 훈련량을 자랑하는 에스케이였기에 이날의 모습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타격·수비 훈련을 거른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경기 전 김성근 에스케이 감독은 훈련을 거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선수들 스스로 알아서 훈련해주기를 원했다.” 김 감독의 의중을 파악한 이는 비록 땡볕더위 속에서 혼자 러닝훈련을 소화한 박재홍뿐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달콤한 휴식을 취한 에스케이 선수들은 이날 삼성을 3-0으로 눌렀다.
인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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