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홈런을 친 이승엽이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볼카운트 1-2. 포수는 바깥쪽으로 빠져 앉았다. 하지만, 포수의 요구와는 달리 야쿠르트 스왈로스 선발투수 가와시마 료(시즌성적 5승3패 평균자책 3.81)의 4구째 공(직구)은 약간 가운데로 쏠렸다. 아무리 타격감이 좋지 않다 하더라도, 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이 놓칠 리 없었다. 쾅! 순간 가와시마 료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고개를 숙였다. 홈런이라는 것을 직감한 듯했다.
이승엽이 뒤늦게 시즌 첫 손맛을 봤다. 이승엽은 27일 도쿄돔에서 열린 야쿠르트와 안방경기에서 3-0으로 앞선 6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바깥쪽 직구를 노려쳐 도쿄돔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지난 25일 102일 만에 1군에 복귀한 후 3경기 9타석 만의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것. 비거리 145m(추정)의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으로서는 지난해 10월2일 야쿠르트전 이후 무려 299일 만에 맛보는 손맛이었다.
이승엽은 경기 후 “오랜만에 도쿄돔에서 홈런을 쳐서 얼떨떨하다”며 “2군에서 너무 힘들었지만, 운동을 많이 해서 좋은 경험이 됐다.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주어진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고 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은 개막 이후 14경기에 출전했지만, 홈런 없이 타율 0.135로 부진한 끝에 4월14일 2군으로 내려간 바 있다.
복귀일이던 25일 4타수 무안타, 26일 2타수 무안타의 빈공에 시달린 이승엽은 이날도 1회말 2사 1·2루에서는 볼카운트 2-2에서 몸쪽 낮은 공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3회말 2사 후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몸쪽 높은 공에 손댔다가 빗맞고 2루 땅볼로 물러났다. 에스케이 김성근 감독은 티브이를 통해 이승엽의 타격 모습을 지켜본 뒤 “백스윙때 왼손이 너무 뒤로 길게 간다”며 “손힘만으로 치는 것 같은데, 지금 스윙으로는 몸쪽 공에 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승엽은 마지막 타석이던 7회말 1사 2루에서는 가운데로 몰린 초구를 힘껏 받아쳤으나, 야쿠르트 중견수가 워닝트랙에서 잡아냈다. 4타수 1안타를 기록한 이승엽의 시즌 타율은 0.121에서 0.129(62타수 8안타)로 다소 높아졌다. 요미우리는 야쿠르트를 7-0으로 누르고 4연승을 내달렸다.
이승엽은 앞으로 히로시마 도요카프와 2연전(28~29일·히로시마)을 치른 뒤 30일 귀국해, 1일 소집되는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한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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