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김현수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전 연장 18회말 2사 만루에서 한화 투수 안영명으로부터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 5시간51분동안 이어진 경기를 매조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들 주린배 치킨 때우고 팬들엔 햄버거세트로 화답
연장 15회가 넘어가자, 잠실구장 전광판은 더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대신 경기장면을 보여주는 스크린에 스코어보드가 떴다. 두산 관계자는 “전광판이 옛날식이기 때문에 16회 이상은 입력할 수 없다”고 했다.
연장 18회, 장장 5시간51분의 경기가 펼쳐진 3일 밤 잠실구장에서는 이런저런 진풍경이 연출됐다. 선수들은 주린 배를 움켜쥐며 경기를 치렀다. 한화는 경기 전 팬들이 준 고구마, 과자 등으로 허기를 달랬다. 한화 지기호 매니저는 “경기 중간에 초콜릿이라도 선수들에게 사다주려 했는데, 운동장 편의점이 문을 닫아 못 샀다”고 했다. 한화 선수단은 이날 체력보충을 위해 주장 김민재가 중국에서 사온 산삼을 나눠먹었는데, 5시간 넘는 경기를 치르면서 말짱 도루묵이 됐다.
두산은 때마침 케이에프씨(KFC)에서 준 치킨이 있어 경기 중에 그것을 먹었다. 케이에프씨는 한화와의 경기가 있을 때면 독수리(이글스)를 잡으라는 의미에서 가끔 치킨을 선수단에 무료로 준다. 두산 박보현 매니저는 “평소 경기가 끝나면 엑스트라 훈련을 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7~8회 즈음해서 떡볶이, 튀김 등을 라커룸에 사다두는데, 이날 아주 요긴하게 썼다”고 했다.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열띤 응원을 펼친 팬들을 위한 보답도 있었다. 두산 마케팅팀은 경기후 퇴장하는 천여명의 팬들의 당일 입장권에 일일이 도장을 찍어줬다. 나중에 이를 보여주면, 5000원 상당의 버거킹 세트와 맞바꿀 수 있게 했다. 이왕돈 마케팅팀 과장은 “원래는 햄버거를 사서 나눠줄까 했는데, 점포가 전부 문을 닫아서 도장으로 대체했다”고 했다. 경기가 끝나면 경기장 안팎에 입장권이 널려있기 마련인데, 이날은 버려진 입장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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