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리 로이스터(왼쪽) 롯데 감독이 16일 대전 한화전에서 2008 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뒤 이대호와 샴페인 세례를 주고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가을야구’ 확정한 롯데, 우승 못지않은 감격
감독·선수·팬들 3박자 한마음 마침내 ‘결실’
감독·선수·팬들 3박자 한마음 마침내 ‘결실’
8-8-8-8-5-7-7. 전화번호가 아니다. 2001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롯데 순위였다. 일부 팬들은 7년 동안 꼴찌를 4차례나 기록한 롯데를 “꼴데”라고 비아냥댔다. 부산팬들의 외면 속에 단 69명의 관중(2002년 10월19일 사직 한화전)만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16일 대전 한화전 승리로 8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되자,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샴페인을 터뜨리고 현수막을 펼쳐들면서 롯데 선수단이 ‘과하게’ 감격해했던 것은 이때문이었다.
롯데는 지난 시즌 후 파격적으로 프로야구 사상 처음 외국인 사령탑인 제리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했다. 분위기를 쇄신해보겠다는 의도였다. 구단의 의도대로 로이스터 감독은 메이저리그식 자율야구로 7년 동안 패배주의에 젖어있던 선수단을 서서히 바꿔놨고, 긍정의 힘은 결국 거인을 춤추게 했다. 승리에 맛들인 롯데는 최근 23경기에서 21승 2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군복무로 2년 공백이 있던 주장 조성환은 선수단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7월 정수근 파동 이후 캡틴이 된 조성환은 “끝까지 해보자”며 선수단을 독려했다. 스스로도 3할 이상의 타율을 때려내면서 팀상승세의 첨병이 됐다. 전국구 에이스(손민한)와 트리플 크라운의 주인공(이대호)을 보유하고도 4강 근처에도 못 갔던 롯데 선수단은 조성환의 리더십 아래 똘똘 뭉쳤다. 외국인선수 카림 가르시아까지 선수단 미팅 참여를 자처하면서 선수단과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늘 봄에만 반짝하던 롯데가 가을까지 힘을 내자, 팬들도 사직구장으로 모여들었다. 올해 17차례나 매진을 기록하는 등, 안방 58경기에 총 123만6213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평균 관중은 2만1314명. 팀 사상 최다관중은 이미 돌파했고, 1995년 엘지(LG)가 기록한 프로야구 역대 구단 최다관중(126만4762명)에는 2만8550명만을 남겨놨다.
시즌 일정도 롯데의 4강을 도왔다. 롯데는 그동안 여름만 되면 체력이 고갈돼 성적이 곤두박질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베이징올림픽 휴식기로 한달을 쉬었고 이는 롯데에 약이 됐다. 전반기 끝무렵에 롯데는 이대호 강민호의 부진 등으로 곤욕을 치렀으나, 올림픽 후 이들이 제 기량을 되찾으면서 선두권 도약의 기반을 마련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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