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0·두산)
3년전 놓친 스카우트들 “당시엔 수비·주루 C급”
신고선수 입단 뒤 뼈를 깎는 노력 ‘1000% 변화’
신고선수 입단 뒤 뼈를 깎는 노력 ‘1000% 변화’
요즘 프로야구 구단 스카우트들은 김현수(20·두산)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떨군다.
김현수는 24일 현재 타격(0.356)·최다안타(157개)·출루율(0.454) 1위다. 방망이 맞추는 능력은 리그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김현수가 2005년 8월 열린 신인 2차지명에선 그 누구한테도 선택받지 못했다. 당시 그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고, 청소년대표까지 지낸 유망주였지만 8개 구단 모두에 버림받았다. 그리고, 3년 뒤 리그 최고 좌타자로 훌쩍 컸다. 그 사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요즘 프로야구 안팎의 화제는 단연 ‘김현수 지명 미스터리’다.
지난해까지 엘지 스카우트팀에 있었던 이효봉 해설위원은 “스카우트는 선수의 미래를 판단할 줄 알아야 하는데, 당시 나도 그랬고 모든 스카우트들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말했다. 일단은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변명의 여지는 있다.
이 해설위원은 “당시 사람들이 생각할 때 김현수는 방망이가 그리 정교하지 않았고, 힘과 체력은 있었지만 외야수로서 어깨가 약했고 발도 느렸다”고 했다. 스카우트들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빠른 발이나 강한 어깨, 출중한 타격 실력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김현수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화 김정무 스카우트 팀장은 “공격만 A급이었지, 수비 주루 등에서는 모두 C 마이너스급이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스카우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선수가 성실성이 없어 보이는 선수인데 김현수는 당시 1루로 뛰는 모습 등을 봤을 때 성실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도 꼬집었다. 두산 스카우트팀 이복근 차장 등 다른 스카우트들 또한 “몸집이 커서 그런지 운동장에서 어슬렁거리는 듯한 인상을 줬고, 게을러 보이기까지 했다”고 거들었다. 어찌됐든 김현수가 타격 자질은 있었지만, 스카우트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는 A급 선수는 아니었다는 것이 결론이다.
그런데 3년 뒤 김현수가 이처럼 커버린 것은 무슨 영문일까? 한화 김정무 팀장은 “프로에 와서 최선을 다하면서 ‘1000%’ 변화한 선수가 바로 김현수”라고 했다. 재질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남들보다 특출나 보이지는 않았던 선수가 본인의 노력으로 특A급으로 성장했다는 말이다. 두산 이복근 차장은 “김현수는 2군에서 단 한 번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매일 스스로 1000번 이상의 배팅훈련을 했다. 지명을 못 받았다는 이유로 더 이를 악문 것 같다”고 했다.
김현수가 두산에서 뛰었기 때문에 신고선수여도 빛을 볼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 이성근 차장은 “보통 팀들은 계약금을 받고 들어온 지명선수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데, 두산은 신고선수인 김현수를 2군 경기에 모두 뛰게 했다. 그러면서 주루 수비 등이 점점 나아졌다”고 했다. 본인의 절치부심과 구단의 꾸준한 관심이 오늘의 김현수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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