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 하나 쳤을 뿐이다. 그런데, 물세례를 받고 심지어 집단구타(?)도 당한다. 죽기살기로 도망쳐 보지만 동료들은 악착같이 달려든다. 끝내기 안타. 얻어맞아서 머리에 혹이 나도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마지막 순간의 영웅’으로 우뚝 섰는데 조금 맞는게 대수겠는가.
올시즌 무승부없는 끝장승부가 이어지면서 끝내기 안타도 지난해(20개)에 비해 60%나 부쩍 늘었다. 2일 현재 32차례나 끝내기 안타가 나왔다. 끝내기 폭투나 볼넷 등을 모두 합하면, 올시즌 끝내기 경기는 40차례나 됐다.
가장 많이 끝내기 안타를 쳐낸 팀은 정규리그 1위 에스케이다. “경기 막판까지 투수와 수싸움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 에스케이 선수들은 지금껏 7차례나 짜릿한 끝내기 안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나주환이 방망이를 내던지면서까지 성공시켰던 스퀴즈 번트(7월23일 롯데전)까지 합하면 총 8차례의 끝내기를 기록했다. 특히 에스케이는 2사 후에 강한 집중력을 발휘해 이닝이 끝날 때까지 방심할 수 없는 팀이 됐다. 플레이오프 직행을 노리던 롯데를 절망케 했던 김강민의 끝내기 안타(9월30일)도 2사 후에 나왔다.
에스케이와 반대로 아쉽게 가을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한화는 7차례나 끝내기안타를 상대팀에 헌납했다. 마무리 토마스와 마정길 외에는 그다지 강하지 않은 불펜이 한 원인이었다. 한화 다음으로 꼴찌 엘지가 가장 많은 끝내기안타(6차례)에 희생되며 상대팀의 세리머니를 씁쓸하게 지켜봤다.
그러나 개인 부문에서는 한화의 김태균(사진)이 가장 많은 끝내기 안타를 기록했다. 8개 구단 4번타자 중 해결사 능력이 가장 좋은 김태균답게 총 3차례나 끝내기안타를 기록했다. 하는 행동이나 말 모두가 별명이 되는 ‘김별명’ 김태균은 그래서 야구팬들에게 종종 ‘김끝냄’, ‘김해결’로 불리고 있다.
김강민(SK)·조성환(롯데)·김동주·이대수(이상 두산)·강정호(히어로즈) 등도 올해 두차례나 끝내기 안타 주인공이 됐다.
이외에도 경기를 끝낸 상황을 보면, 에스케이 임시 마무리 에스테반 얀은 2일 기아전 연장 10회말에서 시즌 첫 끝내기 폭투를 기록했다. 온 몸을 희생해 경기를 끝낸 것(밀어내기 사구·LG 김용우, 한화 이희근)도 2차례나 있었고, 히어로즈 3루수 정성훈은 6월13일 롯데전 연장 10회말에서 중견수 송구를 뒤로 빠뜨리는 실책을 범해 경기를 내줬다. 롯데 박기혁은 지난 6월29일 기아전 9회말 1사 3루에서 프로야구 사상 8번째 끝내기 내야땅볼을 기록하기도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