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롯데·왼쪽), 김태균(한화·오른쪽).
이대호, PS 꿈 이뤘지만 개인타이틀 놓쳐
김태균, 홈런왕 따냈지만 가을잔치는 미끌
김태균, 홈런왕 따냈지만 가을잔치는 미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년 전. 한화 4번 타자 김태균(26)은 한창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를 준비 중이었다. 2001년 데뷔 후 4번째 치르는 가을잔치. 그는 큰 무대에서도 한방 기질을 발휘하면서 팀 타선의 선봉에 섰다. 당시, 멀리서 김태균을 부러워하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동갑내기 라이벌 이대호(롯데)였다.
김태균은 데뷔하자마자 포스트시즌에 출전한 반면, 이대호는 데뷔 후 7년 동안 단 한번도 가을잔치에 나서지 못했다. 스스로는 2006년에 타격 트리플크라운(타격·홈런·타점) 등의 영광을 안기도 했지만, 정작 큰 무대에서는 타격솜씨를 보여줄 기회가 없었다. 때문에, 이대호는 매 시즌이 계속될 때마다 “개인타이틀 욕심은 없고, 팀이 4강에만 올랐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7년 동안 4차례나 포스트시즌에 섰던 김태균도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니다. 시즌이 끝날 때마다 그는 늘 빈손이었다. 시즌 중반까지 홈런·타점 등에서 1위를 달리다가 막판에 뒤집어지며 무관의 제왕에 머물렀다. 한꺼번에 4관왕을 차지하는 등 상복이 터졌던 이대호가 마냥 부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타격제왕까지 올랐지만 포스트시즌과는 인연이 없던 이대호와 개인 타이틀없이 포스트시즌을 밥먹듯이 치렀던 김태균. 서로가 서로에게 시샘어린 눈초리를 보냈던 두 라이벌의 운명은 올해 180도 바뀌었다. 이대호는 가을야구의 꿈을 이뤘지만 개인타이틀은 못 따냈고, 김태균은 개인타이틀을 두개(홈런왕·장타율왕)나 따냈지만, 팀은 포스트시즌 진출에 아깝게 실패했다. 엇갈린 운명 때문에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을 이을 차세대 거포로 평가받는 이대호와 김태균은 또다시 포스트시즌 맞대결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지금껏 꿈만 꿔온 가을야구에 참가한 이대호는 “정말 흥분된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팀내 주장인 조성환은 포스트시즌 시작 전 “이대호가 뭔가 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보이기도 했다. 김태균은 시즌 종료 후 후 잠깐 휴식을 취하고, 9일부터 가을 마무리 훈련에 들어간다. 한화의 ‘이른’ 마무리 훈련은 3년 만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이대호·김태균 부문별 올해 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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