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SK)이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5회초를 마친 뒤 덕아웃으로 가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김광현은 5회 1-1 동점을 허용했다. 인천/연합뉴스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 김광현(20·SK)은 모그룹의 지상파 광고에 출연해, “생각대로”를 부르짖었다. 하지만 가을야구 첫 등판에선 그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2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김광현은 포스트시즌에서 달라진 스트라이크존 때문인지, 1회 이종욱·오재원에게 내리 볼넷을 허용하며 화를 자초했다. 비록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주며 실점하지는 않았지만 1회 이후에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계속 이어졌다. 6회 2사 1·3루에서 대타 최준석에게 왼쪽 2루타를 얻어맞고 강판당할 때까지 매회 주자를 내보냈다. 5⅔이닝 3실점(2자책). 10월3일 광주 기아전 이후 23일 만의 실전 등판에서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볼넷이 문제였다. 두산 타자들을 1루로 그냥 걸어 내보낸 것만 6차례. 맞은 안타 수(4개)보다 많았다. 탈삼진 수는 4개. 직구 스피드는 최고 시속 151㎞였다. 경기 후 에스케이 김성근 감독은 “생각보다는 잘 던졌는데, 의욕이 너무 앞섰던 것 같다. 5회부터 공이 높아져 6회 바꿔야 했는데 교체 타이밍이 늦었다”고 했다.
김광현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4차전서 두산 선수들을 상대로 쾌투를 선보인 뒤 ‘반달곰 사냥꾼’이 됐었다. 올 시즌 두산 상대 성적은 4승1패 평균자책 3.31. 평균 볼넷 수는 2.33개, 탈삼진 수는 5.17개였다. 김광현은 일단 4차전 등판이 예상되지만, 김성근 감독의 판단에 따라 5차전 등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시리즈 1차전서 고개 숙인 남자가 된 김광현이 과연 잔여 등판에서는 ‘생각대로’ 투구를 할 수 있을까.
인천/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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