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김 감독’은 참 여유로웠다. “(수비 실책을 지적하며) 당구장에 데려가서 스리쿠션 연습 시켜야 하지 않을까”라며 농담까지 했다. 다른 ‘김 감독’은 자못 진지했다. “타자들이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 번트 등으로 편안하게 해주고자 했다”며 비장한 표정마저 지었다. 언뜻 보기에 전자는 승장, 후자는 패장 같지만 아니다.
에스케이 김성근 감독은 인터뷰 내내 편안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5회말 1사 1·3루서 점수를 못 낸 것, 투수 교체 타이밍이 늦은 것, 오더를 잘못 짠 것 등을 패인으로 꼽으면서도 첫판을 진 감독답지 않게 초조함이 없었다. “두산 타자들이 잘 치는데, 나름대로 돌파구는 있더라”라는 의미심장한 말도 잊지 않았다.
반면, 두산 김경문 감독은 웃지를 않았다. 상대 선발 김광현의 투구 수를 늘린 것, 임태훈을 쉬게 해주기 위해 이재우를 끝까지 밀어붙인 것 등을 설명하며 진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감독은 “1승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4승을 해야 우승이다. 오늘 1승 잊고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두산은 에스케이와의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을 이기고도 내리 4연패하며 우승을 놓쳤다. 작년의 기억 때문일까. 두 감독 모두 1차전의 승패만 놓고 웃고 울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았나 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