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작년 서울숙소 바꿔
에스케이 김재현(33)은 29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 앞서 열린 선수단 미팅 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내가 어제(28일) 생일이었는데….” 그가 다소 뜬금없이 생일 이야기를 꺼낸 것은 동료들로부터 선물을 원하거나, 축하를 바라서가 아니었다.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묘한 기분 때문이었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그의 생일도 한국시리즈 이동일이었다. 당시 김재현은 생일 다음날 열린 6차전에 앞서 미팅 때 동료들에게 “생일 선물 겸해서 오늘은 꼭 이겨달라”고 말했고 팀은 그날 창단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김재현으로서는 1년 전 상황을 그대로 재연한 것이다. 김재현은 “징크스 같은 건 별로 안 믿는데, 작년에 그래서 올해도 꼭 말해야 될 것 같았다”고 했다.
김재현뿐만 아니라 가을야구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소소한 일에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프런트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면 옷을 바꿔 입고 이기면 똑같은 옷을 입는다. 에스케이 신영철 사장은 2차전 승리할 때 입었던 복장 그대로 잠실구장 3차전에 나타났다.
두산은 서울 숙소를 지난해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올해 잠실 롯데호텔로 바꿨다. 지난해 부상당한 안경현 등번호를 모자 등에 새겼다가 져서, 이번엔 시즌 막판에 다쳐 엔트리에서 빠진 외야수 민병헌의 등번호를 쓰지 않았다. 결과가 좋으면 똑같이, 나쁘면 다르게 하기. 가을야구도 결코 징크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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