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이호준 부상 빈자리
정신적 지주 역할 도맡아
정신적 지주 역할 도맡아
올 초 에스케이 주장은 이호준이었다. 하지만, 이호준이 정규리그 도중 무릎수술을 받으면서 작년 주장 김원형이 시즌 중반부터 완장을 찼다.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주장의 역할은 중요하다. 그러나 김원형은 투수라는 신분때문에 야수들까지 다독일 겨를이 없다. 대신 2년 전 주장이었던 김재현이 필드의 구심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2차전(27일) 때 두산이 동점으로 따라붙자 4회말 공격에 앞서 김재현은 야수들을 덕아웃 앞에 불러모았다. “동점이 됐으니까 이제 추가점이 필요한 시기다. 내가 해결하기보다는 다른 선수한테 기회를 이어주자는 마음으로 타석에 서자.” 진루타·희생타 등 팀을 위한 플레이를 강조한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이후 팀 타선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점수를 뽑아냈다.
실수한 후배들의 기를 펴주는 역할도 잘 한다. 1, 2차전에서 어이없는 주루사를 연발한 조동화에겐 어깨를 다독이며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죽더라도 계속 뛰어”라고 말해줬다. 3차전(29일)에 앞서 덕아웃에서 만난 조동화는 웃으면서 “(김)재현이 형 때문에 힘이 많이 난다”고 했다. 박경완·박재홍 등 김재현보다 나이 많은 야수들이 있지만, 그는 비룡군단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김재현은 타석에서도 이름값을 했다. 1차전에서는 선제 홈런을 날렸고, 2차전에는 1점차 승부에서 7회말 쐐기 투런포를 날렸다. 3차전에선, 두산 선발이 좌완 이혜천이라 타격감 유지를 위해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언제든 타석에 설 수 있게 틈만 나면 덕아웃 앞에서 방망이를 휘둘렀다.
김재현은 전날(28일) 자신의 생일날에도 서울 숙소 방에서 혼자 스윙 연습을 하면서 타격감을 조율했다. 한국시리즈 때문에 2년 연속 미역국을 먹지 못했다는 김재현은 “우승만큼 최고의 생일선물은 없을 것”이라며 팀 우승의 첨병을 자신하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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