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범(기아)
구단 “지도자길 갔으면”
기아(KIA) 이종범(사진)은 최근 등산을 시작했다. 무등산 등 집 근처 산을 오르내리는데, “1주일만 더 산을 타면 날아다닐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등산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은 즐겁지만, 그의 마음은 결코 편치 않다. 최근 구단 안팎에서 ‘은퇴설’ ‘미국 코치 연수설’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살. 그러나, 이종범은 “현 상황에서는 은퇴하고픈 마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시즌이 끝나고 구단 쪽과 단 한 번도 안 만났는데, 은퇴설이 터져나와 머리가 아프다. 빨리 구단과 계약을 끝냈으면 하는 마음뿐”이라며 “은퇴는 어떤 식으로든 내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이종범은 2007년 데뷔 최악의 성적(타율 0.174, 1홈런, 18타점)을 올리면서 연봉도 5억원에서 2억원으로 60%나 깎였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84 1홈런 38타점. 그러나,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팀내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기에 기아로선 마냥 이종범의 은퇴를 종용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기아 김조호 단장은 “이종범의 성적이 작년보다 좋아지기는 했으나 적지 않은 나이도 고려해야만 한다. 구단 생각은 이종범이 후진들을 위해 명예롭게 은퇴해서 빨리 지도자의 길을 가는게 낫지 않나 싶다”며 “다음주께 이종범을 만나 의견을 나눠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범은 “내 나이에는 더이상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다. 다만, 명예롭고 싶다”며 여운을 남겼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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