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
최고권위상 불구 금 덧씌운 트로피 제작비는 18만원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몇해 전 이사를 하다가 선수시절 받은 트로피와 상패 등을 모두 깨뜨렸다. 곤돌라로 올라가던 이삿짐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안에 있던 물건들이 박살났던 것. 함께 있던 2개의 골든글러브 트로피도 같은 운명이었다. 김 감독은 지난 1985년과 1987년에 최동원, 선동열 등을 누르고 투수 부문 황금장갑을 수상한 바 있다. 다른 상이면 몰라도 골든글러브였기에 한국야구위원회에 문의했고, 결국 업체와 연결돼 다시 제작한 것을 받을 수 있었다.
김 감독이 골든글러브 트로피를 다시 만드는 데 든 비용은 개당 18만원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골든글러브 트로피는 일본 야구용품 브랜드인 제트사 후원으로 일본에서 만들어지는데, 보통의 글러브에 금을 덧씌운 것에 불과해 트로피는 그리 비싸지 않다.
언론사 등에서 연말에 개최하는 시상식의 경우 최고 2천만원의 상금(스포츠토토 ‘올해의 선수’)이 수여되지만, 골든글러브는 상금이 전혀 없다. 올해도, 부상으로 선수용 글러브를 포함해 1인당 100만원 상당의 야구용품과 100만원 상당의 나이키 제품이 증정됐을 뿐이다.
역대로 따져보면, 한대화·양준혁(삼성)처럼 8차례나 황금장갑을 손에 쥔 이도 있고, 송진우(한화)처럼 만36살 때 데뷔 처음으로 황금장갑을 만져본 이도 있다. 이강철(전 해태)은 골든글러브와는 끝내 인연을 맺지 못하고 은퇴했다. 현역 선수들 가운데도 정민철(한화)·장성호(KIA)·이호준(SK) 등이 황금장갑을 여태 끼지 못하고 있다. 비록 도금한 보통 글러브에 불과하지만,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운명에 의해 선택된 선수들만이 받을 수 있는 게 골든글러브인 것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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