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 내야수 박경수가 잠실구장 웨이트트레이팅장에서 팔근육운동을 하면서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다.
프로야구 LG-두산 훈련현장
LG 최고참급들도 역기 들며 땀범벅
두산 손시헌·박정배 등 20여명 참가
LG 최고참급들도 역기 들며 땀범벅
두산 손시헌·박정배 등 20여명 참가
박경수(24)는 얼굴을 찡그렸다. ‘앞으로 나란히’를 한 상태에서 무게가 족히 10㎏은 넘음직한 기구에 달린 끈을 양손으로 돌돌 말아올리는데 여간 힘든 표정이 아니다. 트레이너가 멈추지 말라고 주문하자, 낑낑대며 입에서 누구를 탓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욕이 튀어나온다. 일종의 팔 근육 운동인데, 손목 운동효과도 있다.
곁에선 투수 정재복(27)이 오른손으로 덤벨을 들어올리고 있다. 잠시 쉬는가 싶더니, 통안에 가득 든 생쌀 안으로 손을 넣어 쥐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악력을 키우는 운동이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투수에서 야수로 변신한 김광삼(28)은 오른손에 얼음주머니를 칭칭 감고 있다. “하루 500개씩 티배팅을 하다보니 인대가 좀 손상됐다. 심각한 것은 아닌데 좀 무리하면 아프다”고 했다.
최고참급인 류택현(37)이나 김정민(38)도 있다. 연신 20㎏짜리 역기를 들었다 놓던 류택현은 “예전엔 신인선수들만 비활동기간(12월, 1월)에 훈련을 했지만, 요즘은 많이 한다”면서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연봉 올라봐야 100만원, 200만원이 고작이었는데, 요즘은 성적에 따라 연봉이 천차만별이다. 훈련이 곧 돈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앞다퉈 겨울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엘지 선수들 대부분은 현재 오전반·오후반으로 나눠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 감독이나 코치들이 지켜보는 것은 아니지만, 나날이 웨이트트레이닝 기록을 해야하기 때문에 결석이란 건 생각할 수 없다. 비활동기간에 단체훈련을 하면 벌금을 물어야 하나 2002년 이후 6년 동안 4강 근처에도 가지 못한 엘지로선 절박한 심정으로 훈련에 매달리고 있다.
잠실구장 한지붕 두가족인 옆동네 두산으로 넘어가보자. 내야수 손시헌(28)과 투수 박정배(26)가 지하 실내연습장에서 한창 훈련 중이다. 박정배가 공을 쳐서 굴려주면 손시헌은 날렵한 몸짓으로 공을 받아낸다. 어느새 얼굴은 땀범벅이 된다. 손시헌은 상무 입대 전까지 광범위한 수비능력으로 박진만(삼성)의 뒤를 이을 명품유격수로 평가받았다. 11월 군 제대후 빠뜨리지 않고 잠실구장에서 훈련해왔다는 손시헌은 “2년 사이에 팀선배들이 은퇴나 다른 팀이적을 해서 이젠 내가 거의 고참급이다. 마치 한 집안의 가장이 된 듯해 책임감이 무겁다”고 했다. 자율훈련이라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면 식권을 따로 사야해서 집에서 먹고 나온다. 갓 결혼한 박정배는 아내가 직접 싸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이렇게 훈련하는 두산 선수들은 줄잡아 스무명 안팎에 이른다.
엘지·두산 외에 타구단 선수들도 구장이나 모교 등에서 현재 훈련에 한창이다. 12월, 1월엔 월급이 나오지 않는 시기지만, 마냥 놀고만 있다간 1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동계훈련에서 낭패를 볼 수 있다. 겨울철에도 그라운드의 시계가 멈추지 않는 이유다.
글·사진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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