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주차장은 떠들썩하다. 차들이 빼곡하게 들어서는데 몇몇 사람들은 차 주변에 모여앉아 한가롭게 바베큐를 굽고 있다. 아예 여행용 의자까지 펼쳐놓았다. 일명 ‘테일게이트(차뒷문)파티’다. 미국인들은 스포츠 경기가 열리기 몇시간 전, 가족이나 친척, 지인들과 함께 구장 근처에서 간단한 파티를 하며 친목을 다진다. 이날 파티장소는 세계야구클래식(WBC) 2라운드 첫 경기(16일·한국시각)가 열리는 샌디에이고 펫코파크 주차장이 됐다. 덕분에 주차질서는 엉망이 됐지만 짜증을 내는 이들은 없다. 야구장 근처 스포츠바. 벽마다 40인치 티브이가 걸려있다. 족히 15개는 넘는 현란한 화면들이 두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티브이에서 중계되는 것은 농구·골프 등 각종 스포츠 프로그램. 야구도 물론 온에어 중이다. 최근에 가장 큰 이슈는 세계야구클래식(WBC)도 있지만, 곧 시작되는 미국대학농구(NCAA)이다. ‘3월의 광란’을 알리는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다. 구장으로 들어가지 못한 한 무리의 일본인들이 일찍부터 맥주를 마시며 경기를 지켜본다. 흥미로운 사실은, 따로 마련된 스피커를 통해 중계방송까지 생생히 들을 수 있다는 거다. 펫코파크 안에서 경기를 보려면 최소 35달러가 필요하다. 자리가 보장되는 좌석 중에는 그게 제일 싸다. ‘파크 안의 파크’로 불리는 외야 잔디밖에 앉아 야구를 볼라쳐도 15달러는 내야한다. 공짜는 없다. 일부 사람들은 근처 건물 옥상에서 야구를 보지만, 이도 약간의 돈이 필요하다. 옥상에 아예 야구장처럼 스탠드를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이날도 여러명의 사람들이 하늘 위에서 야구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중간 펫코파크 5층에서 바깥을 내다보면, 급히 담배를 꺼내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펫코파크 건물 전체는 금연구역이다. 흡연가들을 위한 공간은 전혀 없다. 때문에,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는 게이트를 완전히 빠져나가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만 한다. 기자도, 관계자도 예외는 없다. 불평 불만을 터뜨릴 만도 하지만, 어기는 사람은 없다. 그저 니코틴에 굶주린 몸을 채우고 빨리 관중석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산히 움직이는 이들 뿐이다. 그라운드 안이건 밖이건 스포츠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세계야구클래식은 축제이다. 18일 한·일 야구 3차전이 펼쳐진다. 경기 그 자체로, 또 한번의 축제를 즐겨보자. 샌디에이고/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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