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톱타자 이종욱(29)
사상 14번째 대기록
“(우익)선상으로 빠져 외야 깊숙이 굴러가길래 처음부터 3루까지 갈 생각으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프로야구 통산 14번째 사이클히트의 주인공이 된 두산 톱타자 이종욱(29)은 경기 뒤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서울 라이벌’ 엘지(LG)와의 방문경기에서 1회초 우익선상 2루타, 4회초 우전안타, 5회초 우월홈런, 7회초 우익선상 3루타로 28년 프로야구 역사에서 14차례 밖에 나오지 않은 대기록을 완성했다.
2006년 데뷔한 이종욱은 지난 3시즌 동안 통산 홈런이 2개에 지나지 않은 전형적인 교타자. 그런데 이날 2루타와 단타에 이어 5회초 엘지 김경태의 너클볼을 받아쳐 110m짜리 홈런을 기록하자 사이클히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이종욱은 7회초 공격에서 엘지 바뀐 투수 이재영의 2구를 당겨쳤다. 타구는 우익선상을 타고 외야담장까지 데굴데굴 굴렀다. 이종욱은 번개같이 베이스를 돌아 3루에 여유있게 안착한 뒤 가쁜 숨을 몰아쉬며 환호했다.
이종욱은 2006년 현대에서 방출됐다가 연습생으로 두산에 입단해 3년 만에 팀의 간판타자로 입지를 굳힌 ‘복덩이’다. 세계야구클래식(WBC)에서 타율 0.158로 부진해 이용규(기아)에게 대표팀 1번 타자 자리를 내주는 아픔도 겪었다. 그러나 이날 사이클히트로 올 시즌 변함없는 활약을 예고했다. 이종욱은 경기 뒤 김경문 감독에게 전하는 형식으로 “감독님! 힘드실텐데 저희 선수들 믿으면 우승할 겁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한편, 롯데는 12일 대전 방문경기에서 조성환의 연타석 홈런 등 홈런 4방을 앞세워 한화를 7-4로 꺾고 시즌 3승(5패)째를 올렸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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