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셋 동갑내기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과 임창용(야쿠르트 스왈로스).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둘은 요즘 그라운드에 자주 못 나간다. 하지만 그 이유는 다르다.
이승엽은 지난 주말 주니치전에서 두 경기 연속 대타로 출전했다. 25일에는 7회초 대수비로 들어갔다가 7회말 첫 타석에 나섰지만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26일에는 0-6으로 지고 있던 6회말 2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서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홈런은 지난 17일 연타석 아치(3·4호)를 그린 이후 9일째 침묵했고, 타율도 0.208로 곤두박질 쳤다. 하라 다쓰노리 감독의 철저한 ‘플래툰 시스템’으로 왼손 투수가 나오는 날엔 어쩔 수 없이 대타나 대수비로 기회를 봐야하는 처지가 됐다.
마무리 투수 임창용은 팀이 5연패에 빠지면서 좀처럼 등판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26일 요코하마전에서 무려 8일 만에 마운드에서 섰다. 팀이 2-6으로 지고 있어 임창용이 나설 상황은 아니었지만 실전 감각 유지 차원에서 마운드에 올라온 것이다. 임창용은 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개막 뒤 8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애초부터 세이브와는 무관한 등판이었다.
임창용은 지난 17일 히로시마 도요 카프를 상대로 4세이브째를 따내면서 구원 부문 공동선두에 올라섰다. 하지만 임창용이 ‘개점휴업’하는 사이 경쟁자들이 치고 올라갔다. 현재 5위에 머물러 있고, 1위인 히로시마의 다카가와 가즈히로(7세이브)와는 3개차로 벌어졌다.
두 선수 모두 그라운드를 자주 밟고 싶지만 현재로선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이승엽은 팀이 잘 나가고 있어 하라 감독이 ‘플래툰 시스템’을 포기할 리 만무하다. 요미우리는 현재 23승5패로 2위 주니치를 4경기차로 따돌리고 1위를 달리고 있다.
임창용도 팀 마운드가 언제 정비될지 모른다. 현재 야쿠르트는 평균자책 3.75로 센트럴리그 여섯 팀 중 5위에 머물러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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