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쫓아가지나 말지…
“더는 힘들어서 응원 못하겠습니다. 차라리 쫓아가지나 말지…”(kyan0147) “제발 ‘하나만 하나만’ 하면서 9회말 투아웃에 고문당하는 게 몇 번째인지…”(brownEyes) 3일 저녁부터 4일까지 프로야구 엘지트윈스 누리집 ‘쌍둥이마당’ 등 각종 온라인 자유게시판에는 엘지 팬들의 원성이 줄을 이었다.
엘지 팬들은 요즘 죽을 맛이다. 차라리 크게 지면 포기라도 한다. 큰 점수 차로 지고 있다가 경기 막판에 불같이 추격해 팬들의 가슴을 잔뜩 부풀린다. 하지만 언제나 거기까지다. 1%가 부족해 결국은 지고 만다. 엘지 팬들은 이를 ‘희망 고문’이라고 부른다. 역전의 희망을 품었다가 마음만 졸이게 만드는 ‘고문’에 그친다는 것이다.
엘지는 2일·3일 한화전에서 10-11, 1점차로 아쉽게 졌다. 2일 경기에선 8회초까지 1-9로 뒤지다가 8회말 4점, 9회말 5점 등 막판에 9점을 뽑으며 맹추격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3일 경기도 전날의 복사판이었다. 8·9회에 4점을 올렸지만 1점차로 졌다.
지난달 10일 이후 이런 경기는 많다. 12일 잠실 에스케이전에서 1-9로 지다가 9회말 무려 8점을 뽑으며 동점을 만들었지만 연장에서 10-16으로 졌다. 21일 광주 기아전에서도 9회초 3점을 따라붙어 13-13으로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지만 연장 끝에 비겼다. 올 시즌 무승부는 패배와 똑같다.
어쩌다 역전시킨 경기도 막판에 재역전되기 일쑤다. 지난달 31일 기아전에선 1-4로 지다가 7회 5-4로 경기를 뒤집었지만 9회 3점을 내주고 결국 5-7로 졌다. 지난달 23일 한화전도 1-4로 뒤지다가 5-4로 역전했지만 결과는 5-6 패배.
5월의 시작은 좋았다. 1일부터 파죽의 8연승. 그런데 10일 삼성에 연승이 끊긴 뒤 꼬이기 시작했다. 이날 이후 21경기에서 4승2무15패. 2무15패 중 절반가량이 이런 식의 경기다. 이 기간 동안 엘지의 승률은 2할에도 못 미친다. 순위도 2위에서 5위까지 추락했다.
원인은 투타 불균형, 특히 취약한 불펜진에서 찾을 수 있다. 불펜 중에 좌타자 전문 류택현(1.06)만 빼곤 모조리 평균자책 4점대를 넘는다. 또 타선 응집력은 좋지만 결정적일 때 한방이 터지지 않는다. 올해가 3년 계약 마지막 해인 김재박 감독의 가슴은 점점 타들어가고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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