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김진수가 17일 열린 기아와의 경기에서 9회말 2사 만루에서 중전 끝내기 안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기아에 역전승…임태훈 다승 1위
17일 잠실구장은 흡사 광주구장 같았다. 노란 방망이(KIA)가 하얀 방망이(두산)를 압도했고, 1루석·오른쪽 외야석보다 3루석·왼쪽 외야석 관중이 더 많았다. 경기가 후반으로 접어든 7회초에는 ‘목포의 눈물’도 흘러나왔다.
팬들의 열렬한 응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기아 타선은 0-2로 뒤진 4회초 김상훈·이종범의 연속 적시타로 경기를 4-2로 뒤집었다. 선발 윤석민까지 호투를 이어가 기아의 승리는 거의 손에 잡히는 듯했다. 하지만 기아의 발목을 잡은 것은 상대가 아닌 기아 자신이었다. 4-3으로 앞선 7회말 2사 2·3루에서 김재호가 친 내야땅볼을 잡은 구원투수 유동훈이 1루 송구 실책을 범한 것. 점수는 4-4가 됐다. 기아는 앞선 2회에도 연속 실책으로 선취 2점을 내줬던 터라, 이날 실책으로만 3점을 헌납했다. 결국 기아는 9회말 2사 만루서 마무리 한기주가 김진수에게 끝내기 중전안타를 허용하며 주저앉았다. 조범현 기아 감독은 경기 후 “실책 때문에 졌다”며 탄식했다.
두산은 탄탄한 중간계투의 위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선발 김선우는 4⅓이닝 4실점했지만, 5회부터 이어 던진 오현택, 김명제, 임태훈이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김경문 두산 감독도 “불펜이 중간에서 잘 막아줘서 역전의 기회가 왔던 것 같다”고 했다.
8회부터 등판해 2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버틴 임태훈은 시즌 9승(1패1세)을 챙기며 다승 단독 1위가 됐다. 임태훈은 “솔직히 중간계투가 9승을 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라 아직까지도 실감이 안 난다”며 “동점이나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기 때문에 역전을 당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던질 뿐인데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친 김진수는 “(안타를 친 뒤)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이 달려나올 때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롯데는 선발 송승준의 호투(7이닝 2안타 3볼넷 무실점)에 힘입어 삼성을 1-0으로 누르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한화는 엘지를 12-4로, 에스케이는 히어로즈를 6-5로 제압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17일 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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